대선 막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페이스북에 현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 증가율이 역대 정부 최고치라고 소개하면서 “이래도 문재인 정부가 ‘힘없는 평화’ 타령만 했다고 할 텐가”라고 썼다.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윤 후보의 ‘문재인 정부 안보 무능론’을 반박한 모양새이지만 결국 이 후보를 편드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경북 영천에서 열린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최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월한 미사일 역량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해 박 수석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윤 후보의 ‘집권 시 전(前) 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선의 한복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문 대통령은 24일에는 전북 군산에서 열린 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해 “군산의 봄 소식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25일에는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혀 탈(脫)원전 정책 비판론에 대해 물타기를 시도했다.
대선 직전에 청와대가 이 후보의 ‘아픈 손가락’인 호남과 탈원전 이슈를 거들고 나선 셈이다. 특히 안보상의 이유로 공개를 자제해왔던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시험 발사를 공식 확인해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이 후보가 TV 토론에서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비판하며 “우리가 L-SAM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것(사드)을 쓰는 것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당 후보 편들기로 해석될 수 있다.
“부당한 선거 개입”이라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청와대는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게 없다”고 둘러댔다. 그러잖아도 선거 주무 부처 장관들이 모두 여당 정치인인데 청와대까지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발언을 쏟아낸다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현 정부는 두고두고 정책 실패를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선거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정권이 임기 말에 정치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청와대가 공정 선거를 해치는 언급을 계속한다면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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