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에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특별한 이웃이다. 35년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줬고, 광복 후에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언젠가는 이겨야 할 라이벌로 여겨졌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1990년대 후반에야 이뤄졌을 정도로 그 영향력을 두려워하면서도 스포츠에서 붙으면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그런 이웃 나라였다.
그리고 광복 후 75년이 넘게 지난 지금 한국은 드디어 일본을 따라잡기 시작하고 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2017년 일본을 추월했고 대중문화 역시 K팝·K드라마 등이 전 세계에서 그 영향력을 인정받으며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이 벌인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는 그 위기 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일본을 넘어서려 하는 지금도 우리에게는 지난 세기의 상처가 남아 있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및 강제징용 피해자와 우리 국토에 남은 일본 소유 토지가 그것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과 일본 회사가 소유했던 재산인 적산(敵産)은 해방 후 우리 정부에 양도돼 귀속재산이 됐지만 미처 국유화하지 못한 땅들이 전국 곳곳에 남게 됐다. 광복 이후 소극적으로 이뤄 진 일제 잔재 청산 작업, 한국전쟁으로 인한 많은 공적 장부들의 소실, 그리고 원칙 없이 수시로 행해진 불하·매각·분배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조달청은 2012년부터 전국에 있는 귀속재산의 국유화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현장 조사를 나간 직원이 토지를 가로채려는 사기꾼으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부족했으나 10년간 꾸준히 사업을 진행한 결과 귀속재산으로 의심되는 5만 2000여 필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7200여 필지의 귀속재산이 확인됐고 이 중 여의도 면적의 1.7배인 495만 ㎡(6200여 필지)의 부동산을 국유화했다. 나머지 필지에 대한 조사도 올해 안에 완료할 예정이다.
조달청은 귀속재산 전수조사가 끝나더라도 혹시 있을지 모를 귀속재산을 위한 신고 창구를 열어 놓고 추가로 발견하는 경우 즉시 국유화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는 공적 장부상 남아 있는 일본식 이름을 정비하는 사업도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창씨개명 등으로 인한 일본식 명의 부동산이 10만 4000여 필지에 달하는데 이는 국유화 대상은 아니지만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내년까지 한국식 이름으로 바로잡을 계획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한 부력(富力)과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한 강력(强力), 그리고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원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광복 후 각고의 노력과 많은 도전 끝에 70여 년 전 김구 선생이 꿈꿨던 나라로 발돋움하는 시작점에 서게 됐다. 맑은 정신으로 눈을 크게 뜨고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올바른 역사와 온전한 ‘지적주권(地籍主權)’을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지금 우리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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