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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집 잃은 소년 ‘매출 100억’ 회사 일궈…“2030에 용기 주고파” [이사람]

■[이사람] ‘빌딩중개법인 세운 고졸 청년’ 김윤수 빌사남 대표

고졸 91년생으로 매출 400억원에 도전하는 MZ세대

"성장하고 있다면, 그건 편견을 이겨내려 실천했기 때문"





김윤수 ‘빌사남(빌딩과 사랑에 빠진 남자)’ 대표는 1991년생이다. 그를 만난 곳은 이사한 지 일주일 된, 새집 냄새가 폴폴 나는 빌사남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옥. 김 대표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매출 100억 원, 직원만 120명에 달하는 빌딩 중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고등학교 시절 KTX 광명역 일대가 개발되면서 세 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김 대표는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후 독하게 공부했고, 10개월 만에 그 어렵다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동차 합격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9세였다.



◇집주인은 억대 보상금, 세입자는 몇 십만 원…부동산에 눈뜬 고등학생=김 대표는 “집이 가난해 경기 광명에 보증금 300만 원짜리 단칸방에 세 들어 살았는데 광명역이 들어서면서 어릴 때부터 살던 동네가 싹 개발이 돼 집에서 나와야만 했다. 말하자면 ‘명도당한’ 것”이라며 “우리 가족은 세입자라 40만 원만 받고 쫓겨났는데 옆집 아저씨를 비롯한 동네 사람들은 억대 보상금을 받고 부자가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땅을 가진 집주인은 억대 보상금을 손에 쥐지만 세입자는 고작 수십만 원을 받고 터전을 잃었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 김 대표는 ‘부동산’의 위력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가 곧바로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에 들어가게 된 이유다. 그는 “마침 당시 미성년자도 공인중개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서 바로 시험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성적이 늘 바닥권이었던 만큼 시험 공부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당당히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는 대학 입학 대신 입대를 택했다. 제대 후에는 바로 빌딩 중개 법인에 취직했다. 왜 하필 ‘빌딩’이었냐고 묻자 그는 “큰물에서 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부자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투자하는지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큰 포부를 품고 입사했지만 빌딩 중개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녹록지 않았다. 그는 “입사하고 거의 10개월 동안 계약이 한 건도 없었다”며 “가족 중에 돈 버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도 대장암과 투병 중이셨다. 중개업 자체가 기본급 이런 게 거의 없다 보니 일을 그만둬야 하나, 알바라도 뛰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이라는 나이부터 문제였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제대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나이가 너무 어렸다. 더군다나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고 또 술도 잘하지 못해서 다들 빌딩 중개는 못할 거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 대표의 진솔함에 고객들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진심을 다했더니 차차 믿어주셨다”며 “‘고객이 돈을 벌어야 나도 같이 번다’는 생각으로, 저희 부모님이 매입할 건물을 중개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대표에게는 단골손님이 많다. 어떤 고객은 그가 추천하는 매물은 보지도 않고 계약하기도 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는 “매년 저에게 빌딩을 구매하시는 고객이 있다. 손님이 원하는 가격대의 매물을 추천해드리면 보지도 않고 매수 하시는데, 그만큼 저를 신뢰하신다는 의미”라며 “신뢰만 얻으면 무슨 물건이든 다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연소 억대 연봉 팀장에서 매출 400억 바라보는 회사 대표로=그렇게 입지를 굳히며 김 대표는 24세에 억대 연봉을 받는 최연소 팀장이 됐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한 차례 더 도약하기로 했다. 26세가 되던 해 김 대표는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창업의 모태는 그가 운영하던 블로그 ‘빌사남’. 빌딩과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의미로 지금 회사의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블로그 ‘빌사남’의 시작은 지난 2014년이다. 지금은 수백 개의 빌딩 관련 블로그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빌딩 매물을 광고하는 창구는 신문 지면이 거의 유일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신문 광고를 통해 빌딩 매물을 광고하는 방식이 관행이었다. 제가 블로그로 광고를 한다고 하니 다들 ‘도대체 누가 블로그를 보고 빌딩을 사냐’며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로그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블로그 방문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이걸로 창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직원 120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한 빌사남은 빌딩 중개뿐 아니라 빌딩 건축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빌사남은 현재 종합 건축 면허가 있는 건설 업체를 비롯해 건축사 사무소도 운영 중이다. 업계 최초로 빌딩 실거래가를 조회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을 뿐 아니라 ‘꼬마빌딩 스터디’ 등 강의 사업도 하고 있다. 빌사남의 강의는 수강 신청 시작 10초 안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인기다.



매년 2만 명이 넘는 공인중개사가 쏟아져나오는 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김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레드오션에서 생존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찾아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20년 기준으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 명이 넘지만 이 중 절반 정도는 매출이 5000만 원이 채 안 되고 1억 원을 버는 중개사는 10%도 안 될 거라고 본다”며 “그 차이는 바로 ‘나만의 무언가’가 있느냐 없느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남들과 달라야 한다. ‘빌사남’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으면 유치해 보이지만 한번 들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만약 이름을 ‘강남 부동산’라고 지었으면 지금처럼 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와 마케팅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흔히 부동산이 잘되려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역의 1층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동산이 어디에 있든 간에 마케팅만 잘하면 고객들이 찾아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블로그를 비롯해 유튜브·틱톡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홍보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빌사남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는 여전히 운영 중이고 유튜브는 6만 구독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올해 안에 ‘10만 구독’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틱톡을 이용한 마케팅도 하고 있다.



빌사남은 최근 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 올해 매출은 4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들어 2월 말 기준 건설 부문에서 이미 6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만큼 전체 ‘400억 원’이라는 목표는 가시권이다. 성장의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줍게 웃으면서도 “각종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처음 공인중개사 시험을 볼 때도 ‘공부도 못하는 실업계 출신이 무슨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냐’면서 주변에서 말렸다. 심지어 부모님도 그랬다. 하지만 악착같이 했고 결국 됐다”며 “‘20대 초반이 무슨 빌딩 중개냐’ ‘블로그 글을 보고 어떤 빌딩 매수 고객이 찾아 오겠냐’ ‘아무것도 없는 스물여섯 살이 무슨 창업이냐. 얼마 안 돼 망할 거다’ ‘시간 아깝게 유투브를 왜 하냐’ 등등 편견 섞인 만류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결국 저는 해냈고, 제가 옳았다. 일단 실천하고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이야기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2030 청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고졸에 가진 것도 없었지만 일단 실천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생각에만 멈추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일단 행동하면 실패든 성공이든 경험이 돼 남는다. 저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 He is…

△1991년 경기 광명 △안양 공업고 △2009년 공인중개사 취득 △2012년 빌딩 중개업 시작 △2016년 ‘빌사남(빌딩과 사랑에 빠진 남자)’ 설립 △2021년 빌사남건축사사무소·빌사남&KD(건설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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