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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8% 폭등 다시 103달러…1970년대와 상황 비슷”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WTI가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8% 폭등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가 격화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가 계속 올라가면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59%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55%, 1.76% 떨어졌는데요. 조시 브라운 루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증시가 베어마켓의 중간쯤에 있다”고 했고, 베리 배니스터 스티펠 최고 주식 전략가는 S&P500이 4050까지 더 내려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S&P500의 이날 마감가는 4306.26이었는데요.

이날은 특히 유가가 치솟았습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한때 11% 폭등한 배럴당 106달러로 올랐는데요. 마감은 103.41달러로 했습니다. 러시아는 글로벌 석유생산의 12.6%, 천연가스의 1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군이 거세게 저항하면서 러시아군이 전술을 바꾸고 있고 이에 맞춰 대러 제재 수위가 계속해서 세지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제재라는 마지막 단계 직전까지 온 상황이고 이 때문에 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데요. 오늘은 급등하는 유가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상황, 연준의 정책 대응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러시아, 민간·대규모 공격으로 전술 바꿔…경제 전면전도 푸틴 못 막는다”


우선 우크라이나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 저항에 러시아군이 주춤한다는 소식 들으셨을텐데요.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보면서 가급적 대규모 공격이나 파괴적 무기를 쓰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수도 키예프 근처로 진주하면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우크라이나 군의 기세를 꺾을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러시아가 전술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제2 도시인 하리코프에 다연장 로켓을 동원해 공격하고 무차별 폭격을 시작했는데요. 키예프예서는 TV타워가 파괴돼 국영방송이 마비됐습니다. 전체적으로 민간인만 최소 25명 이상이 숨졌는데요. 벨라루스군도 탱크 300대를 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하죠.

이제 더 비극적이고 처참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군은 대규모 민간인 살상에 관계없이 작전을 벌일테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담도 비례해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폭격 중단을 평화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는데 러시아는 협상장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더 많은 공격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미국과 싸워서 이긴 호치민은 “쌍차도 길을 잘못 들면 무용지물”이라고 했었습니다. 장기에서 쌍차는 가장 위력이 강한 조합인데 잘못 두다 보면 병졸에 먹힐 수도 있지요.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정글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형처럼 길을 잘못 들 수 있는 요인이 필수입니다.

그러기에 우크라이나는 개활지고 도심에 무차별 공격이 이뤄지면 너무나 많은 피해가 우려됩니다. 러시아가 국제여론을 무시하고 총공격으로 나선다면 결과는 시간 문제일텐데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최대한 버티면서 러시아군을 흔들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는 방안을 찾는 게 최선일 듯합니다. 러시아가 이를 받을지 아니면 결국 키예프를 함락시킬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미국과 서방도 간접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국제금융통신망(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했고 비자·마스터 카드의 러시아 사용중단, 셸과 BP 러시아 철수 같은 경제적 보복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로의 화물 이송 중단과 러시아 선박 기항금지 검토 등의 얘기도 나오는데요.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전면전을 벌여 러시아 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그렇게 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양날의 칼인 대러 에너지 수출제재…미국과 유럽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간 대러 제재에도 여전히 구멍이 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사람들은 이런 상황(서방의 경제제재)에 익숙하다”며 “물건은 비싸지고 일부는 구하기 어려워지겠지만 이것이 전쟁을 끝내기에는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러시아가 여전히 서방에 에너지를 팔만서 달러 구할 수 있고 △동결된 외환보유고 가운데 일부는 중국이나 국제결제은행(BIS) 통해 접근 가능 △보통의 러시안들은 러시아 제품 구매 등을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아직은 그렇게 큰 수준이 아닌데요. CNBC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32% △크리미아 전쟁 45% △2020년 팬데믹 18%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후 25%입니다. 러시아 국민들은 과거에도 많은 경험을 했고 지금의 문제가 블라디미르 푸틴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죠. 리더에 대해 기대하는 것도 서방과는 다릅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토마스 그라함은 “러시안들은 그동안 많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살아 남았다”고 했지요.



에너지 수출제제는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유가급등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서방국가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AP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각종 대러 제재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제재로는 단기간 내 푸틴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최후의 카드인 에너지 수출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이죠.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에너지 수출제재를 해야 푸틴이 정신이 번쩍 들 수 있다는 식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는데요. 캐나다는 러시아산 수입을 않겠다고 했죠.

그러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원유수출국입니다. 이날 유가가 급등한 것도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는데요. 사실 거꾸로 러시아가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먼저 수출을 안 하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는데요. 다른 나라가 증산해서 메울 수도 있지만 세계 2위의 수출량을 하루아침에 메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석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가격도 대대적으로 오르게 돼죠.

그래서 미국과 유럽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러시아가 먼저 안 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죠. 러시아 에너지 수출 제재가 전쟁을 일찍 종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파월, 의회선 인플레+불확실성 얘기할 듯”


이렇다 보니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이 얘기했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스테그플레이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문제는 파월이 스태그에 더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플레이션을 중시하느냐인데 폴 볼커 전 의장 이후로는 연준은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설명했는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소개드린 바 있지만 높은 물가와 유가폭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1970년대와 지금이 유사하다는 얘기가 월가에서 끊이지 않았는데요. 그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이 많았지만 오늘 상황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의 ‘2차 오일쇼크’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1.7%대로 폭락한 것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과 함께 성장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유가만 해도 당분간 꺾이기는 쉽지 않을텐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것이 유가 상승압력을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이번 방출량은 전 세계의 하루 소비량보다 적은데요. 러시아는 하루 400~500만 배럴을 수출합니다. 러시아의 원유수출이 막힌다고 가정하면 12일이면 소진되는 규모죠.

러시아는 전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에도 버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CNBC방송화면 캡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선임고문은 시장은 에너지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데 이는 실제 공급이 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며 “현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 바람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의 금리인상 횟수 전망이 내려온 것은 인플레 전망이 낮아졌기 때문이 아닌 성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2일과 3일 있을 의회 증언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이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경제 리서치 헤드는 “파월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경제성장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고 경제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식으로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추가적인 도전이라는 점을 파월이 인정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는데요.

전반적인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 손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은 연준에 악몽 같을 것”이라며 “외부 요소인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1970년대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 있었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연준이 일단 3월에 0.25%포인트 금리인상 후 상황을 보자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뜻인데요. 2일에 있을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도 ‘3분 월스트리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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