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영이] '더 배트맨' 자아 찾기 나선 히어로, 인간이기에 고독하다

[리뷰] 영화 '더 배트맨'

3월 1일 한국 최초 개봉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더 배트맨' 스틸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능숙하지도 않고, 선악도 모호하다. 아직 자신에 대한 정체성도 정립되지 않았다.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기 전 배트맨의 모습이다. 맷 리브스 감독이 그린 '더 배트맨'의 배트맨이 그렇다. 히어로답게 생각보다 행동이 우선이기보다 인간적 고뇌가 먼저이고 휘청거리기 일쑤다. 서툰 성장을 하고 있는 배트맨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이 확실하게 히어로로 자리 잡지 못한 2년 차 시점의 이야기다. 배트맨으로 살아오던 브루스 웨인(로버스 패틴슨)은 시장 선거를 앞두고 부패한 공직자와 고위관료를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살인마 리들러(폴 다너)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단서들을 추리하고,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고담시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부정부패와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되고 방황한다.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히어로보다 인간 브루스 웨인의 모습에 가깝다.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에서 극복하지 못한 브루스 웨인은 고독과 고립 그 자체다. 작품은 그의 심리적인 흔들림에 집중한다. 주 배경인 추적추적 비가 오는 고담시의 모습은 그의 우울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다. 제목에 '더(The)'가 붙은 것은 영웅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이유와 정체성에 대한 브루스 웨인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 그가 '영웅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도달할 때쯤 관객도 함께 심연에 빠지면서 그를 응원하게 된다.

트라우마를 대하는 배트맨과 리들러의 상반되는 자세를 보면 영웅이 될지 악당이 될지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년 차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은 아직 슈퍼 히어로가 아닌 자경단 같은 존재다. 어설프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통제를 잃은 모습도 보이지만, 가족의 죽음 이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선한 방법으로 노력한다. 사회 엘리트층을 목표로 하는 연쇄 살인마 리들러는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낸 트라우마를 가졌다. 그는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긍정적 변화를 이끌지 않고, 만연한 부패의 진실을 드러나게 하는 것에만 혈안 돼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작품은 추리극과 액션극을 넘나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추리극에 가깝다. 배트맨이 천재적인 면모를 가진 리들러가 남긴 퍼즐과 수수께끼로 미스터리를 풀고, 자신의 태생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이 대부분이다. 배트슈트, 배트모빌 등을 다루는 모습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비중이 크지 않다. 아직 윙슈트에 익숙하지 않은 배트맨이 착지에서 실수해 굴러떨어지는 모습은 소소한 재미고, 펭귄(콜린 파렐)과의 카체이싱 장면은 액션신 하이라이트다.

배트맨과 캣우먼(조이 크라비츠)의 러브스토리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명확한 감정 공유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키스신은 뜬금없게 느껴진다. 서로 다른 이유로 비슷한 목표를 갖게 된 이들이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는 동질감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지만 관객이 공감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대립과 공조 관계를 넘나들며 미묘한 긴장감을 일으킨 이들이 이성적 관계보다 인간적인 호감을 느낀 것이 더 설득력 있다. 다만 급진적인 로맨스와는 다르게 결말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선택은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고 성공적이다. 패틴슨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혼란기의 배트맨을 표현하기에 적역이다. 가면 속에 가려졌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눈빛에는 슬픔이 묻어 있고, 배트 슈트를 벗으면 그저 처연한 한 남자의 모습만 남는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무게를 이끌고 가는 힘이 굉장하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이 큰 벽이 될 수 있으나, 패틴슨표 뉴 배트맨을 감상하고 싶은 DC팬들이라면 반가울 만하다.




+ 요약


제목 : 더 배트맨(The Batman)

장르 : 히어로 블록버스터

연출 : 맷 리브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이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제프리 라이트, 콜린 파렐, 피터 사스가드, 존 터투로, 제이미 로슨

수입 l 배급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관람등급 : 15세 이상

러닝타임 : 176분

공개 : 2022년 3월 1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더배트맨, #오영이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