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기간이 명시된 근로계약서에 ‘당사자 합의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된다’는 단서가 붙었다면 근로계약이 연장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69)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A씨 승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A씨 고용의 성격이었다. A씨와 업체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은 2017년 5월 1일부터 2018년 4월 30일까지로 하되, 계약 만료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 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고 적혀있었다.
1년짜리 고용이지만 계약서 조항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A씨가 근로계약 종료에 합의하지 않는 이상 기간 만료만으로는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기간제로도, 무기계약직으로도 풀이되는 이 조항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업체가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해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되, 업체가 계약기간 만료일까지 갱신 거부의 뜻을 표하지 않으면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본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계약서 조항은 주된 법률 효과의 요건을 규정하는 ‘본문’과 그 법률 효과의 예외를 정하는 ‘단서’로 이뤄지는데, A씨의 근로계약에선 “근로계약기간은 2017년 5월 1일부터 2018년 4월 30일까지로 하되”까지인 본문에 계약기간이 못 박혀 있으므로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관계가 2018년 4월 30일 이미 종료됐으니 A씨의 근로자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청구를 각하했다. 다만 A씨가 사직 의사를 철회했는데 바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2018년 4월까지의 임금은 지급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은 그 자체로 ‘원고와 피고가 2018년 4월 30일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다”며 1·2심의 A씨 패소 부분을 파기했다.
계약서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혀있는 그대로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가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업체는 그 사정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인정되는 한 A씨를 정당하게 해고할 수 있다”며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해석하더라도 근로계약 체결 당시의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