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거세지는 가운데 양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뉴스와 음모론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이번 러시아의 침공 과정에서 화제를 모은 사진 등에 대해 진실 여부를 파악한 뒤 그 결과를 전했다. 먼저 12세 소녀가 러시아 군인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며 맞섰다는 내용을 담은 한 동영상은 트위터와 틱톡 등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 2012년 찍힌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진은 팔레스타인 소녀와 이스라엘 군인의 동영상 주 한 장면으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관계가 없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 군인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은 영국의 정치인들도 이 동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이번 사태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동영상은 키예프에서 찍히긴 했지만 2014년 벌어진 '유로마이단'(친서방 정권교체 혁명) 시위 당시 촬영됐다고 BBC는 전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러시아 전투기의 포격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방공포대가 대응사격을 하는 내용의 동영상 클립이 확산됐다.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항공기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문구도 함께 게시됐다. 해당 동영상은 트위터에서 1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고 2,000회 이상 리트윗 되며 번져나갔다. 페이스북에서는 11만 회가 넘는 조회수와 2만5,000회 이상의 공유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실제 현장을 촬영한 것이 아닌 밀리터리 FPS 게임 아르마3(ARMA3)를 통해 연출된 장면이었다. 현재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예프를 수호하는 군 장병과 커피를 마시며 격려했다는 동영상은 '진짜'이긴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BBC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거짓 정보 뿐 아니라 특정 사진을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시 추위브(러시아명 추구예프)에서 러시아 로켓포 파편에 다친 여성의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을 본 일부 친러 성향 네티즌들은 사진의 진실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진 속 여성이 이번 전쟁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 여성이 사실 2018년 말 러시아 가스 폭발 사고의 생존자라며, 2018년 사고 현장에서 찍은 비슷한 외모의 여성 사진까지 근거로 제시됐다. 이 여성이 아예 누군가에게 고용된 '연기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쟁의 피해를 과장하려고 일부러 피투성이 분장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BBC는 사진이 촬영된 현장에 실제 폭격이 있었고, 아동 한 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진을 촬영한 사진기자 2명으로부터 여성을 촬영한 사실을 확인받았고, 사진 원본 파일의 내부 데이터 역시 촬영 시기와 일치했다고 전했다. BBC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진영과 무관하게 오래된 사진을 재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SNS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으며 보는 이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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