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실질 소유자와 명의자가 달라 조세 회피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증여세 신고 의무를 부과한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년 12월 개정 전의 법률) 68조 1항의 조항 등이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조세 회피 목적을 자인하도록 강제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 내용의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회사의 비상장 주식 명의를 이전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무당국이 명의신탁 당사자가 사실상 주식을 증여받은 것이라고 보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세 등을 부과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사안을 심리한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명의신탁을 내세워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해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며 “조세 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 신고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과도한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증여세 납세 의무를 부담하는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명의신탁이 증여 은폐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조세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며 “이런 공익은 청구인들이 증여세 신고 의무로 인해 받게 되는 불편함보다 훨씬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권리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가 필요한 재산의 실질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를 증여로 판단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이미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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