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전쟁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지만 러시아 미디어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철저히 차단돼 있다. 러시아 정부가 TV방송과 신문·잡지·웹사이트 등 매체를 검열하며 전쟁 반대 여론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 시간) 러시아 영자 매체인 더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도한 러시아의 독립TV 채널 도즈드와 진보 라디오 방송국 에호모스크비를 정부 당국이 봉쇄했다. 알렉세이 베네딕토프 에호모스크비 편집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정부에 의해 라디오 방송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도즈드를 포함한 몇몇의 독립 매체 언론 종사자들도 감시 대상에 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극단주의 활동과 러시아 군인의 행동에 대한 고의적 허위 정보는 게시물 허용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에호모스크비와 도즈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라”고 했다. AFP에 따르면 이들의 웹사이트는 러시아 당국의 발표 직후 모두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독립 언론에도 노골적으로 보도 지침을 내린 상태다. 지난주 러시아 10개 언론사가 러시아 보도 규제 당국으로부터 ‘침략’ ‘공격’ ‘선전포고’ 같은 표현을 쓰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어길 경우 매체 발행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 내용도 함께 담겼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하며 이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는 정부 웹사이트에서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고 알렸다. 러시아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면서 공공여론조사센터(CVIOM)가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특별군사작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8%에 달했으며 반대는 22%에 불과했다.
미국 CNN방송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반대 시위로 체포된 시민만 6400명이 넘지만 러시아 국영TV에는 관련 소식이 단 1초도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시내 거리는 시위 차단을 위해 경찰이 대거 배치됐고 시위가 주로 열리는 푸시킨 광장은 금속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다. 다만 러시아 젊은 세대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활발해 모든 소식이 통제되지는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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