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엄마, 무서워요" 숨진 러 병사 '마지막 문자'

세르지 키슬리츠야 우크라이나 유엔 대사가 지난달 28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대화 복사본을 공개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지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숨진 러시아 병사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세르지 키슬리츠야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대화 내역"이라면서 복사본을 들고 나왔다.

해당 문자는 한 러시아 병사가 자신의 어머니와 나눈 대화로 AP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 병사는 안부를 묻는 어머니에게 "난 더는 크림반도에 있지 않다.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럼 어디에 있느냐. 아빠가 너에게 소포를 보내도 되는지 묻는다"고 하자 이 병사는 "난 지금 우크라이나에 있다. 여긴 지금 진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무섭다"고 상황을 전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북부 지토미르에서 주민들이 러시아군에 맞서기 위해 화염병 투척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병사는 "우크라이나인이 우리를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죽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다"면서 자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을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대대적인 선전전으로 병사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은 큰 혼란에 빠지며 사기 저하를 겪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키슬리츠야 대사는 해당 메시지를 보낸 직후 이 러시아 병사는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벙커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이 전쟁을 선택했다"면서 2차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빗대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키슬리츠야 대사가 낭독한 러시아 병사 문자 내용은 거짓"이라며 "숨진 병사는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는 것이 아닌 특수 군사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포로 영상에서도 한 러시아 병사가 "우리는 이곳이 우크라이나인 줄 몰랐다"며 "군사훈련인 줄 알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푸틴의 '탈나치화' 주장을 믿고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이 혼란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