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를 겨냥한 국제사회의 초강력 경제제재로 러시아에서 '경제 붕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BBC·미국CBS 등 주요 외신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강화로 러시아 국민 대부분의 삶에 막대하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퇴출하는 서방 진영의 제재안 발표 이후 러시아 국민들은 앞다퉈 은행 현금인출기(ATM) 앞으로 향하고 있다.
스위프트 퇴출 제재로 러시아 은행에서의 현금 인출이 중단되는 한편 루블화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공포에 국민들은 예금을 인출하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 구매에 나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물가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러시아인들은 생필품을 사들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타티아나 올로바 분석가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가정과 기업에 공황상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가 이미 포착됐다"면서 "일부 시민들은 폭락한 루블화를 가치가 유지되는 것으로 바꾸려고 스토브 등 물건을 사전 구매한다는 현지 보고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여기에 러시아 시중은행들이 서방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은행 계좌에 연동된 애플페이·삼성페이 등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중단되자 모바일 결제로 탑승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역 창구로 몰려들면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도 극심한 혼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판매 채널로의 모든 수출을 중단하고, 애플페이를 포함해 러시아에서의 다른 서비스 제공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애플스토어에서 러시아 국영매체 RT뉴스와 스푸트니크뉴스도 제외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안전과 예방을 위해 우크라이나 애플맵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시간 교통 및 사고 관련 정보 제공 서비스를 모두 비활성화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서방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는 각종 금융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서방의 스위프트 제재 발효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자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끌어올리고 자국 무역업자들에게 외화 수입 80% 매각 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증권과 선물시장 거래를 중단하고 외화의 해외 송금을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러시아의 대응은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의 추가 제재 가능성이 열려있는데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금융시장과 달리 물가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 러시아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과 러시아 국민들의 고통은 심화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경제학자는 한 컨퍼런스콜에서 "러시아 경제가 미국과 동맹국의 광범위한 제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며 "내 직감으로는 러시아 경제가 3주 동안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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