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노출신, 그 너머에는 배우 지안의 진심이 담겨 있다. 그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주목받은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지만,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드신도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일부분일 뿐이라며.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지안은 진심으로 노력했고, 눈빛 하나까지 집중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는 오직 출세 길에 오르는 게 목표인 무광(연우진)이 모범사병으로 뽑혀 사단장(조성하) 사택의 취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사랑에 목마름을 느끼던 수련은 사단장이 집을 비운 한 달 사이, 무광을 유혹하고 걷잡을 수 없는 육체적 사랑에 휩싸이게 된다. 베드신은 작품의 메시지를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지만, 노출을 감행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부담이었다. 지안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시나리오의 힘을 믿기로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작품의 전개나 흐름이 긴장감 있고, 몰입도가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에 대한 깊은 내면과 갈등을 묘사하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했고요. 수련의 매혹적인 모습에 많이 끌렸지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빠졌죠. 모든 배우에게 작품을 선택할 때 노출은 부담이 될 거예요. 거의 두 달 반을 고민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친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놨는데, 언니가 '동생 지안으로 봤을 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배우 지안을 생각했을 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해줬어요. 그 얘기가 저에게 힘이 되더라고요."(웃음)
시나리오 속 수련은 대지 같고 바다같이 따뜻하며 기품 있는 여인이라고 표현됐다. 추상적으로 묘사된 수련에 지안의 해석이 더해져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나올 수 있었다. 지안은 힘을 갖고 있는 여성, 사회주의 체제 속에 사는 여성 등 실존 인물들을 찾아보면서 수련의 캐릭터를 잡아갔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체제 속에 권력이 있는 여성의 얼굴을 찾아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권력이 있지만 억압된 상황 속에 있기에 긴장이 항상 있더라고요. 수련을 해석했을 때, 초반에는 굉장히 억압된 마음 때문에 감정을 표현 못 해서 자신의 매력조차 모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무광을 만나면서 조금씩 감정을 풀어나가고, 억눌렸던 마음이 풀어지게 그리려고 했죠."
지안은 특히 수련의 대사 톤에 더욱 신경을 썼다. 사단장과 결혼하기 전 간호 장교였던 수련이 군인스러운 말투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설정이었다고. 수련은 결혼 이후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살면서 더욱 감정이 무미건조해진 인물이라, 차갑고 딱딱한 말투가 꼭 필요한 장치였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체제 속에 살면서 억눌리고 자유롭게 표현하지도 못하면 건조해지는 거죠. 감정을 숨기면서 사는 사람이 어떻게 능숙하게 표현하겠어요. 장 감독님도 '군인 출신이기 때문에 딱딱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요. 일반적이지 않은 어투라서 저도 연기하면서 어색하긴 했어요."
매혹적인 수련의 외형을 만들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표정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기도 했다. 흰 도화지에 구멍 두 깨를 뚫어서 눈빛을 연구하기도 했고, 목소리도 기품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여기에 다이어트까지 심하게 해 촬영장에서 기진맥진했다. 감독의 '컷' 소리를 듣고도 못 일어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수련이 육체적 욕망을 채워줄 수 없는 남편 사단장을 뒤로하고 무광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자칫 육체적 욕구로만 해석될 수 있다. 지안 역시 수련의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저는 제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에요. 너무 솔직해서 피해를 많이 보는 사람이죠. 그런데 수련은 평생 억압된 체제에 살아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부분은 공감이 안 됐죠. 대신 촬영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안 만나고 연락조차 안 하면서 수련의 외로움을 느끼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외롭더라고요. 이런 외로움이 무광에게 향한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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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감정을 끄집어 내는 데 큰 도움을 주셨어요. 사람의 감정을 끌어낸다고 끌어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그 감정이 나오게 해줬어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쓰셨죠. 촬영할 때는 진지한 분이지만, 촬영 밖에서 감독님은 편견 없는 분이에요. 제 의견을 존중해 주면서 소통했어요.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웃음)
지안에게 베드신과 노출은 부담이었다. 감정신까지 몰려있던 촬영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대신 상대 배우인 연우진과 장 감독을 믿고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작품 전체를 돌아봤을 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베드신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베드신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졌다.
"수련의 첫 경험이잖아요. 물론 결혼했지만, 처녀인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첫 경험을 했는데 무광이 2층에 못 올라오겠다고 거부하니까 또 화가 나죠. 이후 마음이 깊어지면서 베드신을 사랑이라고 표현했어요. 이런 변화가 너무 흉하거나 에로틱하지 않게 나온 것 같아서 좋아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는 신이 있는데, 연우진이 내가 다칠까 봐 자기가 더 밑으로 먼저 구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멍이 잘 드는 체질이라 그때도 멍이 많았거든요. 또 물에 빠지는 신을 찍을 때도 제가 무서워하는 걸 알았는지, 먼저 밑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겠다고 해줬고요. 그런 배려들이 그저 감사할 뿐이죠."
이렇게 작품을 완성한 지안은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자신을 느꼈다. 사전 준비부터 현장에서 협업해 완성한 장면, 그리고 감정적은 부분에서 크게 느꼈다고. 자신의 부족한 점마저 확인한 그는 이를 발판 삼아 더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 부족한 점을 봤어요. 저한테도 보였으니 관객들한테도 보이겠죠. 그렇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뭐가 부족한지를 느꼈으니까 다음 작품에는 더 발전된 배우가 돼서 돌아오겠습니다."(웃음)
베드신도 감정신의 일부라고 한 지안. 사랑으로 인해 변화하는 여성의 마음을 섬세한 감정으로 만들었지만, 자극적인 장면들이 먼저 화제가 되는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그는 작품을 '파격 멜로', '청불 영화'라는 수식어로만 기억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영화가 뭘 말하고 있는지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인간의 깊이 있는 내면과 갈등을 묘사하고,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에요.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죠. 노출보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주시길 부탁합니다. 또 누구나 힘든 순간이 있잖아요. 이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힘듦을 잊고,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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