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의 생후 1개월 된 쌍둥이를 둔 엄마가 아이들의 여권을 발급 받지 못해 유모차를 끌고 우크라이나에서 자력으로 탈출했다.
지난 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 거주하던 교민 A씨는 현지인 배우자와 출생 1개월 된 쌍둥이 자녀 2명과 함께 지난달 말 루마니아로 출국했다. 당초 출국을 위해 한국인 국적인 쌍둥이의 여권 발급을 요청했지만, 규정상 대사관이 있는 수도 키이우(키예프)까지 직접 와야 발급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A씨 가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탓에 대사관을 찾아갈 수 없었다. 또 A씨는 한국에 체류 중인 상황이었고, 현지인 부인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키이우까지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들이 거주지에서 대사관까지는 열차로 12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였다.
이에 공관은 여권을 우편으로 보내주거나 긴급여행증명서를 이메일로 발급해주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지난달 24일 키이우 침공 소식으로 공관원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실제 발급되진 않았다. 현지 교전 상황이 벌어져 업무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의 부인은 지난달 27일 생후 한달 된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무작정 루마니아 국경으로 향했다. 다행히 이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져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외교당국은 체르니히우가 루마니아에서 가까워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었고, 이들의 상황은 공관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루마니아로 출국했다. 그는 루마니아에서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를 진행한 뒤 가족들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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