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닷새간 우크라이나 거주민 66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유엔(UN)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밝히며 최근 30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인구 이동이라 분석했다. 피란민은 징집 대상으로 출국이 금지된 18~60세 우크라이나 남성을 제외하고 여성과 아동이 주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66만 명이라는 수치에는 우크라이나 내 이동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로 대피한 주민 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일주일 동안 유럽으로 들어온 난민의 최소 10배, 1999년 코소보 전쟁 발발 후 첫 11일 간 유엔이 집계한 피란민의 2배에 달한다. 영국 더타임스도 “난민 1200만 명이 발생했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을 넘어 폴란드, 몰도바, 헝가리 등의 주변국으로 가려면 국경 검문소에서 길게는 24시간 동안 줄을 서 기다리는 상황이다. 몰도바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피란민 대응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닷새간 7만여명이 유입돼 예상치의 2배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유엔 측은 이번 사태로 인한 피란민이 40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의 침공이 장기화되고 우크라이나인들의 유입이 현재 추세로 지속된다면 유엔 전망치를 웃돌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갑작스러운 침공으로 짐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인들의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 국경에는 유모차를 미는 여성부터 책을 든 학생, 반려견을 안고 짐을 짊어진 사람, 출산을 기다리는 임산부 등 다양한 피란민들이 몰렸다. 몰도바 국경을 넘어온 한 30대 여성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언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또, 이번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에 있던 아프리카인 등은 국경을 건너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의 차별적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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