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가졌다. 본격적인 대선 투표를 앞두고 중도·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줄 안보 행보를 극대화하는 분위기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3일 오후 5시 35분부터 6시 5분까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에서 다시 통화하게 됐다”며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침략에 결연히 맞서 싸우는 대통령님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역경에 깊이 공감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를 기원하며 한국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위기 극복과 방어를 위한 가용한 지원을 한국 측에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보존돼야 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동참 등 조치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에 우리 국민 40여 명이 체류 중인데, 이들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생활 기반이 있어 잔류를 희망한다”며 “일부는 출국을 준비 중인데, 우리 국민의 철수가 신속하고 원활히 이루어지고 남아 있는 국민이 안전하게 체류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안보 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가 간 블록화, 신냉전 양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증폭됐다”며 “마지막까지 복합적인 안보 위기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차기 정부가 처음부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북한 관련 논의는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최근 안보 강조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야권이 ‘안보 무능론’을 제기한 이후부터는 더욱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북 지역을 찾은 지난달 28일에도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 57기 졸업·임관식을 찾아 군 보안 사항인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정권은 안보에 취약하다’는 것이 허구에 가까운 정치공세적 프레임”이라며 강조한 사실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식에서도 “대한민국은 종합군사력 세계 6위의 당당한 나라가 됐다.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며 자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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