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고, 더 큰 비밀로 덮으려고 하기도 한다. 비밀을 덮을수록 진정한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얽매던 것들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자유로운지 이야기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미국 베이뷰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소지한 벌로 방과 후 학교에 남은 애디, 쿠퍼, 네이트, 브론윈, 사이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벌을 받던 중 땅콩 알러지가 있던 사이먼이 땅콩 오일이 든 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함께 있던 4인방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사이먼은 학교 친구들의 비밀을 공개하는 사이트 '어바웃 댓'의 운영자로 다수의 학생들과 원한 관계를 형성한다. 용의자로 지목된 4명은 누명을 벗기 위해 사이먼을 누가 죽였는지 알아보기 시작한다.
4인방 역시 사이먼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을 들킨 상황. 애디는 남자친구 제이크의 친구인 TJ와 바람을 피웠고, 야구 유망주 쿠퍼는 동성애자며 네이트는 마약을 판매했고, 브론윈은 화학 시험지를 훔친 전력이 있다. 사이먼의 죽음 이후 어바웃 댓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어바웃 댓을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했던 이들의 비밀들은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작품의 외피는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감추고 사이먼을 죽인 진범을 잡기 위해 애쓰는 4인방의 서사다. 누가 사이먼을 죽였어도 이상하지 않은 가운데 서로를 의심하고, 의외의 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리기도 한다. 작은 증거를 하나라도 잡기 위해 친구들을 속이고, 발각되는 과정이 여러 번 진행되면서 작품 전체를 이끄는 서스펜스가 형성된다. 극 초반 서로를 의심하던 4인방이 진범을 잡기 위해 힘을 합치고, 결속되는 과정도 작품을 아우르는 포인트다.
내피로 들어가면 각각의 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 4인방은 비록 타의에 의해서지만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비밀을 벗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비밀이 드러날 때마다 홀가분해 보이는 이들의 표정은 자유롭기 그지없다. 애디는 제이크와 사귈 동안 자신의 삶보다 남자친구의 삶에 맞춰 움직여 왔다. 애디의 삶의 목표는 제이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게 전부다. 늘 제이크의 마음이 떠나지 않길 바라며 제이크가 원하는 이성이 되기 위해 모든 걸 맞춘다. 그러나 바람을 피운 걸 들킨 후 긴 머리를 자르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제이크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난다.
쿠퍼는 킬리와 위장 연애를 하면서 동성 연인을 두고 있다. 늘 이성애자인 척하면서 동성 연인의 존재를 지우기 급급한 쿠퍼의 연애는 위태롭다. 비밀이 밝혀진 후 동성 연인과 공개된 장소에 나타나 입을 맞추는 그는 비로소 자신을 찾는다. 브론윈은 예일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올 A 성적에 집착하다가 화학 시험지에까지 손댄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그는 낮은 성적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마약을 판매하는 네이트는 불우한 가정사가 비밀이다. 친구들에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버젓이 살아 있다. 네이트의 곁을 떠났을 뿐. 돌아온 어머니는 또 네이트를 배신하고 떠나지만, 네이트는 두 번의 이별을 겪으며 오히려 단단해진다.
고등학생의 또래집단은 어쩌면 어른들의 사회 보다 냉혹하다. 외모, 성적, 성격 등이 빼어난 아이들이 인기를 얻고, 인기는 곧 권력이 된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아이들은 자신을 포장하고 거짓된 미소를 짓는다. 배신당하고 짓밟히면서 비밀을 폭로당했지만, 오히려 이들의 표정이 밝아진 이유는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였을 때야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또 비밀이 폭로되는 과정에서 거짓과 진실이 드러나게 되니 거짓 친구들은 떠나고 진정한 친구만 남는다. 자유와 진정성과 사랑을 찾은 이들이 전과 에너지를 뿜는 건 당연한 일이다.
◆ 시식평: 누가 사이먼을 죽였는지 주인공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함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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