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의 신용 등급을 한 번에 8단계나 끌어내리며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했다. 잇단 신용 등급 강등에 루블화 가치가 장중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제재 여파로 올 2분기 러시아 경제가 35%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외환 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은 장 중 달러당 118.35루블까지 치솟으며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당 루블화 환율도 장 중 125루블까지 올랐다. 크리스 터너 ING 이코노미스트는 “전쟁 등 불확실성으로 앞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것은 러시아 국가 부도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S&P는 러시아 신용 등급을 ‘국가 부도’ 직전 수준인 ‘CCC-’로 강등했다. 지난달 25일 ‘BBB-’에서 ‘BB+’로 낮춘 지 일주일 만에 8단계 하향 조정한 것이다. CCC-는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로 국가 부도를 뜻하는 D등급보다 단 두 단계 위다. S&P는 “러시아 정부의 자본 통제 등 디폴트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조치가 발표된 데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1일부터 해외 은행 계좌로의 자금 이체와 대외 부채 상환을 금지했다.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은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올 2분기 -35%, 연간 성장률은 -7%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아니톨리 샬 애널리스트는 “1998년 러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2020년 코로나19 타격에 필적하는 충격”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잇따르는 제재로 “경제적 고립이 심화하며 장기적으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며 “올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13%와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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