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7번 국도를 넘어 해안가 한울원자력본부 방향으로 번지면서 소방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한 가운데 주민 3900여 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11시 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다. 울진군 일대는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순간 최대풍속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이 불고 있다. 도로변에서 시작돼 정상 부근으로 확대되고 있다. 산림청은 오후 2시15분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시50분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해 오후 4시 현재 서울 12대, 부산 6대, 경남 6대, 대전 2대, 경기 8대, 충남 9대, 강원 12대, 대구 8대, 울산 6대, 경기 22대, 충북 14대 등 105대의 화재 진압 차량을 투입했다.
소방청은 산불이 원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비해 한울원자력발전소에 고성능화학차 등 소방차 24대를 배치했다. 또 한울원전본부의 요청에 따라 중앙119구조본부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서 대기 중이던 대용량방사포시스템을 출동시켜 원전 주변에 배치하기로 했다.
대용량 방사포시스템은 1분에 7만5000ℓ의 소방용수를 130m까지 방수하는 능력을 갖춘 '울트라급' 소방차로, 작년 12월 처음 도입됐다. 화재 진압에는 활용 가능한 소방헬기도 모두 동원됐다. 소방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소방헬기 30대 중 정비 중인 8대와 인명구조·구급 이송용 11대를 제외한 11대가 투입됐다.
이흥교 소방청장은 경북 소방본부장에게 한울원자력발전소 방어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또 산림당국, 유관기관과 적극 협력해 산불 조기 진화에 최선을 다하고 주택과 인명 피해 방지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이날 경북 울진군 산불 확산으로 한울원전 1~5호기의 출력을 50%까지 낮춰 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산불로 인한 발전소 피해는 없지만 송전망에 문제가 생길 상황에 대비해 한울 1~5호기의 출력을 50%까지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전력예비율에 여유가 있어 한울원전의 출력을 낮춰도 전력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진화 작업을 포함한 각종 대비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북도와 울진군 등에 따르면 산불이 처음 난 두천리를 비롯해 상당·하당리, 사계리, 소곡리 등 9개 마을 2215가구의 주민 3900여 명이 산불 현장과 떨어진 마을회관,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울진군청은 산불 발생 직후인 이날 낮 12시쯤 북면 4개 마을 주민들에게 인근 부구초등학교 주인 분교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이어 오후 1시 30분을 전후해서 북면과 죽변면 총 9개 마을로 대피 안내 대상을 확대했다. 행정 당국과 소방, 경찰은 주민과 취약시설 대피를 위해 집마다 방문해 사람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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