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발생하는...끔찍한 동물학대 사건들. 고어전문방이 그랬고, 디시인사이드 야옹이갤러리에 며칠에 걸친 고양이 학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너무 괴로운 사건들이라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진 않을게요. 용사님들도 대략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끔찍하게 동물을 죽여도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나요. 고어전문방 방장이 벌금 300만원형, 고어전문방에 실제 살해 사진을 가장 많이 올린 학대범도 벌금 100만원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뿐이었으니까요. 살인범의 45%는 동물 학대 경험이 있다는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의 연구처럼 그렇게 가볍게 끝낼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말예요.
우리나라 법과 법원,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궁금하던 차에 지난달 23일 열린 동물학대 긴급 토론회(동물행동권 카라&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많이 알면 뭐다? 더 뼈때리는 비판과 개선 요구가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다시보기 가능.
늘어나는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
요즘에는 동물 학대 사진·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는 방식의 동물학대 범죄가 늘었어요. 특히 고양이(+캣맘)에 대한 혐오가 심해요. 고양이를 산채로 불태우는 영상도 있었죠. 디시인사이드에선 고양이를 요즘 '털바퀴'라고 부른대요. 잡아죽여야 할, 털 달린 바퀴벌레란 뜻이라고. 고양이를 잡아다 괴롭히고, 덫을 놓는다거나 캣맘을 위협하는 일들이 이곳에선 영웅적인 일로 칭송받아요.
온라인 동물학대가 오프라인 학대랑 다른 게 뭐냐고요? 우선 끔찍한 내용과 사진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요. 실제로 디시인사이드 고양이 방화 영상은 오후 3시부터 새벽 1시까지 게시돼 있었대요. 그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이 온라인 동물학대의 무서운 점이에요.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 교수님은 "학대를 받은 동물의 주인뿐 아니라 동물학대 게시물을 본 사람도 피해자인데 이런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지 국가가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이상경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님은 프로파일러의 시각에서 말씀하셨는데요. 온라인 동물학대는 오프라인 동물학대와 달리 범행을 숨기려 들지 않는 경향(표)이 강하대요. "본인이 저질렀음을 인증하고 더 잔혹한 행위를 보여주려 한다"는 거죠.
그리고 온라인 동물학대를 통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유대감을 강화하고, 유명세를 얻는 등 감정적 만족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하셨어요. 이 과정에서 모방 범죄의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고어전문방 참여자 대다수는 미성년자였대요. 이상경 프로파일러님은 "아동, 청소년은 특정 집단에 동조하며 만족감을 얻으려드는 경향이 있고 디시 야옹이갤러리 유저들도 대부분 미성년자일 것"이라며 "이들이 계속 (동물학대에) 노출되면 누구보다 빨리 습득하고 모방할 가능성이 있고, 유희적이라고 생각될수록 모방하기 쉽다"며 빠른 대응을 촉구하셨어요.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이유
그럼 동물학대범들이 언제나 말도 안되는 가벼운 처벌만 받는 이유는 뭘까요? 토론회에서 들어 보니 놀랍게도,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대요. 보다 엄하게 처벌할 근거가 있는데도 실제 재판에선 맨날 벌금형인 거예요. 3년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비교했을 때 아주 낮은 형량은 아니라는 게 주현경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의 설명이에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상해죄는 7년 이하, 폭행죄는 2년 이하니까요.
주 교수님은 "정말 문제는 검찰이 3년을 구형해도 법원이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하셨어요. 판사가 선고를 내릴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이 없어서 계속 솜방망이 처벌만 나온다는 거죠. 동물학대에 대한 시민 의식의 변화를 재판부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건 정말 우리들이 큰 목소리로 계속 지적해야 할 문제.
디시인사이드도 함께 처벌할 수 있다면
그리고 디시인사이드 대표(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같이 처벌해야 된다, 는 공감대도 있었어요. 사실 2월 15일에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가 동물학대 방조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긴 했는데...아직까지 처벌한 전례가 없어서 역시 그냥 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전진경 카라 대표님은 "김유식 대표는 통신사업자로서 이익을 취하고 있지만 시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조차 하고 있지 않다"면서 "해외 극우 온라인 사이트인 포챈(4chan)은 동물학대 영상 게시로 인해 64만 달러의 벌금을 받았다"고 설명하셨어요.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관련법 개정을 발의했는데, 유통되지 말아야 할 유해 게시물에 동물학대 게시물도 포함하자는 내용이에요. 혹시나 그런 글이 올라오면 플랫폼 사업자도 처벌을 받는 거죠.
다만 기술적으로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대요. 담당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불법 콘텐츠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4가지, 신고접수·검색제한·필터링·경고조치예요. 신고를 접수받아서 조사하고, 검색어 제한을 하고, 경고를 내리는 건 문제 없지만 필터링이 문제래요. 필터링은 사람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하는 건데, '불타는 고양이 사진'과 '불 옆에 앉아있는 고양이 사진'을 구분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김미정 방통위 디지털유해정보대응과 팀장님은 "성착취물의 경우에도 동영상의 특징값만 플랫폼 사업자들과 공유해 기계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영상인지는 우리도 사업자들도 모른다"면서 "동물학대물의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답답한 현실이 바뀔 때까지
다른 개선안도 이야기됐어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는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ECRM)에 신고할 수 있어요. 그래서 카라에서도 몇 번 신고를 해봤는데, "카라 같은 단체에 신고하라"는 답을 받았대요. 웃프죠? 온라인 동물학대는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의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얼른 포함시켜야겠죠?
그리고 동물경찰 제도. 영국, 미국,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동물 관련 범죄만 전담하는 동물경찰 제도가 있대요. 당장 어렵겠지만 경찰 동물학대 전담팀부터 신설하고 중장기적으론 동물경찰 제도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변화들이 모여서 동물학대가 없는 세상...최소한 동물학대가 발생하는 족족 범인을 잡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답답하기만 한 지금이지만 그 날이 언젠간 올거라 믿어요.
관련해서, 박미랑 교수님의 말씀이 인상깊었어요. 박 교수님은 지난 2008년에 국내 최초로 데이트폭력 관련 논문을 쓰셨대요. 불과 14년 전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경찰 내부에서조차 데이트폭력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대요. '사랑싸움이지 무슨 폭력이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동물학대에 대한 인식도 지금 그 수준인 것 같아요. 하지만 14년 동안 데이트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듯(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경찰도, 법원도 답답한 속도나마 변해갈 거라고 믿어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도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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