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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자녀’ 돌봄의 굴레서 부모 살인자로 내모는 돌봄노동

장애 자녀 돌보던 중 끝내 직접 살해

10명 중 3명 월 수입 200만원 안돼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하는데 지원부족

중압감 털어놓을 곳 없어 ‘위태위태’

2019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결의대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자녀를 돌보면서 생활고를 겪던 부모가 자녀를 직접 살해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질환을 앓거나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를 돌보는 보호자들이 오랜 돌봄에 지친 와중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극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장애인 돌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자 된 2명의 장애아 부모



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일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7세 아들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질식시켜 살해한 40대 여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에 경제적으로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며 미혼모인데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기초생활수급비를 수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경기 시흥에서는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질식시켜 사망케 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50대 여성은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부상을 입은 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집 안에서는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 등의 유서가 남아 있었다. 그는 과거 남편과 이혼한 뒤 갑상선암 말기에 투병을 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의 늪’에 빠진 장애가정



발달장애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발달장애 가정의 월 평균수입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부모가 27.7%에 달했다. 범위를 넓혀 400만원 미만으로 보면 69.2%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가정은 최소 월 100만원가량이 장애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소모된다. 강복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외협력이사는 “비장애 자녀의 가정은 두 부부가 같이 맞벌이를 할 수 있어 형편이 낫지만, 장애자녀가 있으면 부모 중 하나는 자녀에게 ‘올인’해야 한다”며 “소위 ‘장애값’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장애인을 돌보는 책임은 가정보다는 사회에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모두 아이를 돌보거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정은 상황이 그나마 낫다. 미혼모나 이혼 가정은 경제 활동과 돌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큰 부담이 보호자의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2일 발생한 두 사건 모두 홀로 장애 자녀를 돌보고 벌이를 하던 중 벌어졌다. 장애 자녀를 돌보는 것은 부모의 생애과제인데, 경제적 어려움마저 닥치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트리거가 되는 악순환이 또 다시 발생한 셈이다.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하는 장애 자녀…사회는 방관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1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은 2020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35만 1435명에 달한다.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돌봄 지원은 여전히 태부족 상태에 놓여있다. 대표적인 돌봄 서비스 중 하나인 ‘낮 시간 서비스’는 부모가 일과 시간에 자녀를 기관에 맡기고 경제·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다. 하지만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의 일주일 평균 이용 일수는 3.9일,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4.6시간에 불과했다. 하루 9시간, 주5일 근무하는 국내 표준 근로형태보다 한참 부족한 수준인 셈이다.

주간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연령에도 제한이 있어 부모들의 돌봄 걱정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게 된다. 현재 주간보호 센터의 연령 제한은 40세로 정해져있다. 그나마 일부 기관에서는 보호자들의 평생이용 욕구가 있어 연령 제한을 해제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기관은 이용 가능 연령을 40세로 규정 중이다. 주간보호 서비스의 양적, 기간적 여건이 모두 장애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민 털어놓을 곳 없는 장애부모



발달장애 부모가 언제든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이들의 심리를 상담해주고 지원해주는 서비스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심리상담지원사업의 예산은 시행 초기인 2013년 12억 7900만원에서 지난해 7억 3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이용인원도 600~800명 사이를 답보하고 있었다.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수도 2018년 287개소에서 감소세를 보이며 200여 곳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에 장애 자녀 돌봄이 부모 생애과제로 남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생애주기별 경제·사회·심리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키워가는 것과 동시에 심리·경제적으로 지친 부모들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해야 부모를 살인자로 모는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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