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번 전쟁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등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생활고에 처한 국가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MF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 충격에 관한 성명에서 “전쟁과 이에 따른 경제 제재들이 이미 인플레이션 심화로 취약해진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고 경제 전망이 이례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전세계가 회복 국면으로 가는 상황과 맞물려 각국의 정책 지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인프라 손실과 난민 사태, 서방의 초강력 대러 제재 등을 언급한 뒤 "경제적 영향은 이미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에 IMF는 "특히 인명 피해와 도로·교량·항구·공항 파손으로 복구 비용이 필요한 우크라이나에 대해 14억달러(약1조7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 안건을 다음주 내로 이사회에 상정해 승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긴급 자금 승인과 별개로 기존 협정에 따라 오는 6월까지 22억달러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IMF는 몰도바 정부와도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몰도바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5억5800만달러인 IMF 대출금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IMF 지적대로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곡물 가격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국가들부터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곡물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말 이후 50% 이상 상승했다. 유럽산 밀은 1톤당 40유로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전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밀 생산과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IMF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세계 평균 식품 물가 상승률은 7.8%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날 미국 대형 셰일오일 기업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의 스콧 셰필드 의 최고경영자(CEO)는 “푸틴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석유와 가스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러시아 생산량의 부족분을 대체할 수 없어 향후 유가가 150~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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