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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서민 코스프레하던 유력 후보의 선거 문구 '정직한 후보'

거짓말 못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라미란 코믹 원맨쇼

[리뷰] 영화 '정직한 후보'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 사진=NEW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 선거가 다시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과 관련된 이슈는 뜨겁다. 웃지 못할 이슈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리는 논쟁은 뉴스를 뒤덮는다. 때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기 보다 네거티브 공세가 더 먼저인 형국이 된다. 그럴수록 누구나 한 번쯤 ‘모두가 투명하게 진실만 말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판타지에 위트를 더해 영화 ‘정직한 후보’라는 발칙한 코미디가 탄생했다.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는 진실만 말하는 입을 갖게 된 국회의원의 이야기라는 소재부터 기발한 작품이다.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3선 국회의원 자리를 지켜왔다. 이런 거짓말이 들통나면 상대 후보에게 무기가 되기도 하고, 유권자에게는 후보의 자질을 가름하게 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이미지 관리는 더 철저해진다. 4선을 위한 총선 준비 기간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주상숙은 의지와 다르게 속마음이 입밖으로 술술 나온다. 알고보니 타락해 가는 손녀 주상숙을 보고 안타까웠던 할머니 김옥희(나문희)가 “우리 상숙이 거짓말 안 하고 살게 해주세요. 제발”이라고 소원을 빈 게 이뤄진 것이다.



주상숙이 진실만 내뱉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코미디가 시작된다. 아침부터 시어머니의 호출에 “망할 놈의 할망구”라는 말부터 튀어나와 남편을 당황시킨다. 남편과 함께 나간 라디오 생방송에서는 대선에 대한 열망을 내보이거나, “어차피 투표는 19금이지 않나”라며 19금 토크를 이어간다. 기자들 앞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서전이 사실 대필이라고 폭탄선언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폭주하는 진실 때문에 괴로워하는 주상숙과 어쩔 줄 모르는 주변인들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주상숙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정치인의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져 선거 전략에 큰 반전이 된다. 캐치프레이즈도 ‘건국 이래 가장 정직한 후보’라고 바꾸고 진실만 말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공약한다. 후보 TV 토론회에서 “부자랑 정치인은 같은 종족이다”라고 촌철살인 멘트를 날려 호감을 얻거나, 가발을 벗고 방귀도 뀌는 소탈한 모습으로 온라인 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척하지 않는 그의 솔직한 말과 행동은 오히려 국민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



이처럼 ‘정직한 후보’는 선거가 배경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가볍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풍자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주상숙의 원정 출산 의혹, 군미필 아들의 이중 국적 논란, 검소한 서민 코스프레 등은 어디선가 쉽게 봐오던 이슈들 같다. 없던 종교도 만들어 선거철에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인사들에게 얼굴 비추며 종교 대통합을 이루고, 경쟁 후보와도 사실 뒤에서 당 대표를 사이에 두고 은밀한 뒷거래를 한다. 20평대 낡은 아파트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호화로운 주택에서 가정부까지 두고 사는 이중적인 모습은 마치 현실 고증한 것처럼 실감 난다.

주상숙이 처음부터 거짓말만 일삼는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는 건 씁쓸하기도 하다. 그는 꼼수 약관으로 서민들을 울리던 보험 회사와 싸워 이겨 ‘국민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고 국회의원이 된 케이스다. 여기에 평생 모은 10억을 기부한 할머니의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어 불우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서민형 국회의원으로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3선 국회의원이 되는 동안 유혹에 못 이겨 뇌물도 받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으로 위장해 감성팔이를 한다. 어느새 보여지는 것에만 비중을 두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그저 그런 국회의원이 됐다.



라미란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작품의 재미의 8할이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되는 마법에 걸렸다는 설정 자체가 허황돼 자칫 유치하거나 어색하게 흘러갈 수 있는데, 라미란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선거 유세를 나가기 전 구두를 더 낡아 보이게 하기 위해 보좌관에게 밟아달라고 하는 소소한 장면에서조차 라미란의 연기맛을 느낄 수 있다. 재채기처럼 주체할 수없이 나오는 속마음에 당황하는 모습은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고,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여생을 산속에서 칩거하며 산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잘못을 깨닫는 모습은 감동까지 준다. 유려한 연기로 스크린을 날아다닌 그는 코미디 영화로는 상을 받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자극성 없는 유쾌한 웃음과 높은 짜임새로 호평을 받았던 ‘정직한 후보’는 시즌2 제작을 준비 중이다. 시즌2에서는 주상숙이 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며 정계 복귀를 꿈꾸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주연 라미란을 비롯해 보좌관 역 김무열, 남편 역 윤경호, 시어머니 역의 김용림 등이 다시 의기투합한다는 후문이다. 시즌1 말미 개과천선하고 팩트 폭격을 쏟아내는 ‘국민수류탄’이 된 주상숙의 모습의 살짝 그려진 것을 보면, 시즌2에서도 유쾌 통쾌한 웃음이 가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시식평 - 한없이 웃고만 싶은 영화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 것


+요약


제목 : 정직한 후보(Honest Candidate)

연출 : 장유정

각본 : 장유정, 김선, 허성혜

원작 :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2014)

출연 :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외

배급 : NEW

제작 : 수필름, 홍필름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공개 : 2020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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