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연일 목숨을 잃는 등 피해를 겪는 가운데 정작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상당수는 이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신들은 러시아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방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미샤 카치우린은 러시아군 공격이 있은 지 4일이 지나도록 러시아에 있는 아버지가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연락을 하지 않자 먼저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그는 아버지에게 "아내와 아이와 함께 대피하는 중이다"며 "모든 것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선뜻 믿지 않았다고 한다.
카치우린은 당시 상황을 두고 "아버지는 소리를 지르며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했다"며 "아버지는 러시아가 탈나치화를 위해 전쟁을 벌인 것으로 알았다"고 NYT에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 친척은 11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다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탈나치화를 위해 현지에서 제한적인 특수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등의 정부 발표를 믿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 따른 전쟁 피해자 발렌티나 크레무르도 이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 그는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있는 남동생과 언니에게 '러시아군 폭격으로 아들이 키이우 인근 대피소에서 며칠을 보냈다'고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키이우는 평온하며 아무도 폭격을 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 러시아군이 정밀하게 군사시설만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러시아 TV에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인근을 폭격하거나 하르키우(하리코프), 마리우폴 등 공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또 러시아군 사상자 현황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시위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방송들은 러시아군이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등 긍정적인 소식만 전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4일 통제되지 않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국민들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도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고국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인명 피해 등에 대한 동정심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군은 사람들을 돕고 있으며, 따뜻한 옷과 음식도 나눠준다"는 당혹스러운 반응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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