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을 결정하는 특정 단백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화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O형인 사람은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영국 국립보건연구원과 케임브리지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과대 등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와 상관관계가 있는 단백질을 찾기 위해 3000종 이상의 혈액 내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될 위험이 증가하는데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백질 6종과 심각한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8가지 단백질을 확인했다.
확인된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을 유발하는 단백질 중에는 혈액형을 결정하는 단백질인 'ABO'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O형보다 그 외 혈액형이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 가능성이 더 크다"며 "그간 코로나19와 상관성이 높다고 언급된 A형을 우선 조사해 볼 것"이라 언급했다. 다만 연구팀은 "어느 혈액형의 사망 가능성이 더 큰지에 대해서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3월 A형이 코로나19에 더 잘 감염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이 A형의 혈액과 잘 결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독일 연구팀도 2020년 6월 이탈리아와 스페인 병원 7곳의 중증 환자 1980명과 경증 또는 무증상 환자 2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A형의 중증 확률이 50%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유타주 인터마운틴 메디컬센터 등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와 혈액형 사이에 어떠한 구체적인 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이를 반박했다.
ABO 단백질 외에 5가지 단백질(GCNT4, CD207, RAB14, C1GALT1C1, FAAH2)도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또는 사망 유발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GCNT4가 가장 인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면역세포와 혈관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세포 부착 분자 3종은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과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전에 코로나19가 혈관 내막 관련 질병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이라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제롬 브린 영국 국립보건연구원 정신건강생물의학연구센터 연구원은 "단백질들이 코로나19 위중증 또는 사망과 어떤 형태의 인과관계가 있고 잠재적인 예방 또는 치료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후속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유전학'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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