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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목숨 건 피난길…“러군 포격에 엄마·아들·딸 숨져”

서방 지도자들 "피란민 행렬에 대한 포격은 전쟁범죄"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키이우를 향한 피란길에 올랐던 일가족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쓰러져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대피로로 이용하는 다리를 포격해 일가족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어머니와 10대인 아들,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치명상을 입은 아버지는 당시 병사들이 돌보려 애썼지만 의식 불명 상태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이르핀의 도로에 러시아군이 발사한 박격포탄이 터져 피란길에 나섰던 일가족이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이 가족은 북쪽에서 침입한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향해 남하를 계속하면서 이르핀과 호스토멜, 부차 등 키이우 서북쪽 소도시 주민들도 키이우를 향한 피란길에 올랐다.

하지만 외신은 이 여정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키이우로 향하는 다리는 이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폭파했다. 파괴된 다리의 잔해 사이로 강을 건널 수는 있지만, 다리에 접근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도로는 사방이 노출돼 러시아군 포격에 취약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이르핀강을 건너 피란하려는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다리가 파괴되자 그 아래 임시 통로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일째인 이날 양측의 '임시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주요 전선의 교전은 계속됐다./AP연합뉴스




사고를 당한 일가족은 포탄이 거리에 떨어지는 가운데 다른 피란민들과 무리를 이뤄 도로를 달리다가 참변을 당했다. 폭음과 함께 일었던 콘크리트 구름이 걷히자 길에 쓰러진 일가족의 모습이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도우려고 달려갔으나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은 이미 숨진 뒤었다.

이들 가족의 비극과 이르핀을 비롯한 키이우 북쪽 외곽지역 주민들의 목숨을 건 피란길은 현지 취재진과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이 각국의 언론매체와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부서진 다리 밑에 수백 명의 피란민들이 모여든 장면이 담긴 AP 통신의 사진은 많은 유력 매체에 보도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민간인을 향한 러시아의 공격이 "야만적"이라고 비난했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러한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이 민간인에게 포격을 퍼붓는 것은 의도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키이우 방위 사령관인 올렉시 쿨레바는 이르핀이 사실상 포위됐다면서 키이우로 향하는 길이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휴전이 없으면 우리는 주민들을 대피시킬 수 없다. 침략자들이 주민 대피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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