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유층이 대거 자산을 보존하기 위해 국외로 출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항공기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에서 나간 소형 제트기는 하루 평균 24대였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뒤인 25일에는 60대로 늘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달 21~27일 1주간으로 살펴봐도 출국한 소형 제트기는 직전 주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매체는 소형 제트기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이 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해 온 올리가르히(신흥재벌)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유층이 자산 보전을 위해 국외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리가르히는 푸틴 정권에 충성하는 대가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많은 이권을 부여받으며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들의 주요 행선지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남부 니스, 라트비아의 리가, 스위스 제네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올리가르히가 거액의 자산을 보유한 도시가 많았다.
닛케이는 또 올리가르히가 재산을 제트기에 싣고 국외로 반출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올리가르흐를 제재함으로써 푸틴 정권의 권력 기반 약화를 노리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당신(올리가르히)의 요트와 호화 아파트, 개인 전용기를 찾아내 압류하겠다. 당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을 가지러 가고 있다"며 러시아 재벌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압박을 느낀 러시아 부호들은 서둘러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첼시 구단을 인수한 뒤로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2일 첼시 구단과 런던 소재 저택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최근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과 관련된 호화 요트를 남부 항구에서 압류했다. 영국 정부도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와 이고르 슈바로프 전 부총리 등 러시아 인사들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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