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미 빨리 구하려면 4시간은 신청하시는 게 좋아요. 하원시간에는 이용자가 많아서 12시부터 반나절 이용 신청하면 빨리 구해질 거에요.”
서울에서 자녀 2명을 키우는 30대 이유진(가명) 씨는 정부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형편을 생각해서 하루 두 세시간씩만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했지만 담당 기관에서는 반나절 신청을 권했기 때문이다. 애초 한달 서비스 이용비용으로 60만원을 생각했지만 반나절 이용시 지출이 두 배로 늘어난다. 결국 김 씨는 신청을 포기하고 사설 업체를 알아보기로 했다.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지며 맞벌이 부부들이 육아 부담을 호소하지만 정부 아이돌봄서비스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보미 수당·휴식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는 데다 대기기간도 길어 맞벌이들은 여전히 노부모와 사설 업체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돌봄 서비스 정기 이용 가구는 6만71가구(시간제 5만7454가구, 영아종일제 2617가구)로 1년 전(5만9663가구)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6년(6만1221가구)·2017년(6만3546가구)·2018년(6만4591가구)·2019년(7만485가구)과 비교하면 뒷걸음질쳤다. 여가부가 지난해 아이돌봄 지원사업 예산으로 전년 대비 75억원 증액된 2514억 9300만원을 편성하고 연간 지원시간과 정부지원율도 각각 120시간, 5%포인트 높였지만 이용자 확대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육아 가정에서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쓰지 못하는 것이 아이돌봄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원래 시간제 서비스는 2시간부터 이용할 수 있지만 주휴수당, 휴식 규정 때문에 4시간 미만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15시간 일해야 주휴수당이 나오고 4시간 이상 일하면 30분(8시간 이상 일하면 1시간)의 휴식이 주어지기 때문에 돌보미들이 하루 4시간 이상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운영기관조차 신청자에게 이용시간 연장을 권하는 실정이다.
이용자들은 근무시간 중 돌보미 휴식을 보장하라는 운영기관의 요구도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육아가 종일 이어지는 만큼 차라리 휴식시간만큼 일찍 끝내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돌봄 종료 두 세시간 전에 반드시 휴식시간을 주라는데 그사이 친정 엄마를 모셔 오라는 거냐”며 “돌보미가 계속 일하고 30분, 1시간 일찍 퇴근하면 좋겠는데 기관마다 지침이 다르다”고 말했다.
돌보미와 수요자 연결이 제때 되지 않아 수개월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20년말 기준 서비스 신청가구는 6만6694가구였지만 실제 이용가구 수는 5만9663가구에 그치면서 약 7000가구가 대기 상태였다. 돌보미 등록 수는 약 2만6000명이지만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활동 인력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위생관리가 잘 되면서 질병감염서비스 이용자가 급감한(2019년 7788가구→2020년 2233가구→2021년 2284가구) 것이 이용가구 감소 원인이라고 설명하지만 이용자 이야기는 다르다. 코로나19로 질병 아동을 맡겠다는 돌보미가 크게 줄었고 수시로 담당자가 바뀌는 탓에 아이 맡기기를 꺼리는 가정이 늘면서 이용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맞벌이를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워킹맘은 “코로나 시국이라 아이 감기가 나을 때까지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12시간 질병감염돌봄을 이용하려 했더니 담당기관에서 휴식 규정 때문에 하루에만 돌보미 3명을 교대로 보내겠다고 했다”며 “낯을 가리는 18개월짜리 아이가 어떻게 적응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서비스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돌봄 중간에 휴게시간 보장이 어려울 때는 이용자, 돌보미, 서비스기관이 협의해 조기퇴근이나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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