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동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병력을 영구 주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동유럽 침공까지 감행할 경우에 대비해 나토 방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여전히 파병 불가를 고수하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동맹국에 대한 나토의 보호와 미국의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나토의 집단 방위 원칙이 미국에는 신성 불가침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또 다른 발트 3국인 라트비아·에스토니아를 차례로 찾아 나토 병력을 영구 주둔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나토 병력이 발트 3국과 폴란드 등을 돌아가면서(순회) 주둔하는 현재 방식에서 영구 주둔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나토는 또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국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에도 병력을 새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동유럽 방위 전략의 초점은 ‘나토 수호’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켰을 때도 미국은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 3000명을 폴란드에 추가 파견했다.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1000명도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
다만 미국은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병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나토가 자국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데도 ‘우크라이나는 비회원국’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할 경우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동맹국으로 번질 수 있다”며 러시아와의 확전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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