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쉘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구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쉘은 8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원유를 비롯해 석유제품과 천연가스·액화천연가스(LNG) 등 모든 러시아산 석유제품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쉘은 러시아 내 주유소 등 영업 점포도 문을 닫기로 했다.
벤 판뵈르던 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인 결정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 옳은 결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쉘이 러시아 석유제품을 계속 구매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러시아 원유에 조치를 내리느냐를 놓고는 미국과 유럽의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독일·영국 정상 등과 연쇄 화상 회담을 진행하며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유럽은 에너지 금수 조치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대러 제재에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유럽에 난방·이동·전력·산업을 위한 에너지 공급은 현재로서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보장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의 호응이 없을 경우 독자적으로라도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미 하원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의 일반 무역 관계를 중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곧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핵심 인사들은 이날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에 초당적으로 합의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450만 배럴 규모로 전체 수요의 3분의 1 수준에 달했다. 반면 미국은 수요의 10%인 하루 70만 배럴을 수입하는 데 그쳤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다만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 수입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나갈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80%까지 줄이고 오는 2030년 이전에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에서 독립하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 대책을 마련해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서방의 움직임에 대해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담당부총리는 “국제사회가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를 취한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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