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접어든 미국과 이란 간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대(對)이란 교역과 투자를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11개월간의 협상이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지만 러시아의 요구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향후 러시아와 이란의 교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라고 미국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시작한 제재가 어떤 식으로든 이란과의 무역 및 경제 투자 협력, 군사 기술 협력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서면 보증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가 핵 합의 복원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침공 이후의 제재는) 이란 핵 협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지 않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의 요구를 일축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차관보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이번 협상을 통해 추가 이익을 얻으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블링컨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유가 상승을 목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일일 산유량이 약 200만 배럴인 만큼 협상 시간을 끌어 유가 인상이 억제되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협상 파기를 위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러시아의 이 같은 전략이 실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협상에 러시아의 승인이 법적으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 협상은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다시 준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