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대 표밭으로 꼽히는 서울 지역의 지역별 표심도 크게 갈리며 후보별 격차가 드러났다.
10일 오전 1시 30분 기준 서울 지역 전체 개표율은 71.37%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5.6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0.69%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폭탄을 맞은 이른바 ‘강남 3구’는 뚜렷하게 윤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컸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함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광진·강동구 등 한강을 낀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의 윤 후보 득표율 상승이 눈에 띄었다. 강남구는 윤 후보 68.68%, 이 후보 28.75%, 서초구도 윤 후보 63.30%, 이 후보 34.54%, 송파구는 윤 후보 59.03%, 이 후보 37.95%를 기록해 서울 지역 전체 득표율과 비교해 월등하게 윤 후보가 앞서 나갔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상징이 된 마포구와 용산구·성동구 등에서도 서울 지역의 같은 시각 지지율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는 윤 후보 57.03% 이 후보 39.26%, 성동구는 윤 후보 52.73%, 이 후보 43.75%를 기록했다. 초반에 이 후보가 앞서던 마포구도 윤 후보(49.25%)가 이 후보(46.33%)를 따돌렸다.
이같이 한강 벨트 지역에서 윤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강북 지역에서는 이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구는 이 후보 52.32%, 윤 후보 43.99%, 노원구에서는 이 후보 49.15%, 윤 후보 47.07%를 나타냈다. 도봉구의 경우 이 후보 49.19%, 윤 후보 47.23%로 강남북 간 격차가 확연했다.
이처럼 ‘마용성’과 ‘강남 3구’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표가 쏟아진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지역만큼은 성난 부동산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득표율을 기록한 셈이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득표율 자체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여론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같은 야당 강세는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부동산 선거’로 불릴 만큼 집값 상승과 공직자 투기가 핵심 이슈가 됐던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의 결과도 부동산으로 귀결됐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문재인 정권 4년여간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집값이 폭등했던 지역일수록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도 거셌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대선은 부동산 시장을 전례 없는 거래 절벽 상태로 만들었다.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공급 확대와 규제 등의 변수들이 거론되면서 시장은 거래를 완전히 멈췄다. 이 후보나 윤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대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노출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수요와 공급에 극적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9일 현재 5만 131건으로 지난달 9일 기준으로 등록된 매물(4만 7288건)보다 6.0% 늘었다. 정확히 1 년 전인 지난해 3월 9일(4만 2513건)보다는 17.9% 많아졌다. 2020년 6월 8만 건(8만 181건)을 넘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패닉바잉’ 열풍으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초반 개표 결과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번 대선 때 한강 벨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심판한 데 이어 공약 이행이 어렵다는 전망 속에 전략적 투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선에 이어 6월에 바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부동산 거래 수요는 6월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즉 이번 한강 벨트의 민심이 현 정부 부동산 실정에 따른 야당 강세로 나타났지만 대선 이후 기대한 조처가 없을 경우 공급 부족 현상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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