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주일이 지난 현재 전선은 교착 상태다. 그럼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열린 3차 협상에서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일부 긍정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에 더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건에 대한 논의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집권당인 ‘국민의종’의 다비드 하라하미야 대표는 협상 이후 "우크라이나는 '비(非)나토' 모델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3차 협상을 앞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미국·중국·영국 그리고 아마도 독일·프랑스 등이 안보를 보장하는 모델도 가능하다"면서 "이 문제를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협력국과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나토 가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그것은 꿈같은 일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 가입 문제를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에 규정된 나토 가입 목표를 국민투표로 철회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 과정에서 큰 이견을 보였던 영토 문제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일 서방 언론 인터뷰에서 "일시 점령영토(크림반도)와 러시아 외에 누구도 승인하지 않은 미승인 공화국(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타협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3차 협상이 끝난 후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리는 많은 문서를 준비했고 최소한 의정서 정도에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즉석에서 성사되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이 문서를 가져갔으며 검토를 거친 뒤 추후 회담에서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를 문서로 확약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영토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최근 협상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여지가 있음을 밝혀 협상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양측은 곧 4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벨라루스에서 벌어지는 양측 협상 대표 간 회담과는 별도로 개전 이후 처음으로 양국 외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터키에서 회동한다.
국제사회도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 프랑스, 독일 정상은 우크라이나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협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8일 화상 회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을 3국이 공동으로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해온 중국이 외교적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한 것은 러시아 측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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