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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증산 '오락가락'] 몇 시간 새 사그라든 '증산 불씨'…"세계 GDP 4% 줄어들수도"

[러시아發 오일쇼크 공포 여전]

합의해도 시차 6개월…적기공급 관건

美공화당선 베네수엘라産 수입 반대

비축분 소진 속도 빨라 여유 없어

월가, 최악 경우 240弗 돌파 경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평균 4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한 증산 요청 시도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부담스러웠는지 하루 뒤인 9일 유수프 알우타이바 주미 UAE 대사는 “우리는 증산을 선호하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생산을 더 늘리도록 독려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시장은 환호했고 국제 유가는 12% 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우타이바 대사가 트윗을 날린 뒤 수하일 알마즈루아이 UAE 에너지 장관이 나서 “UAE는 석유 시장에서 OPEC+의 가치를 믿는다”며 기존 합의와 월례 생산량 조정 메커니즘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OPEC+는 이달 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상황에서도 하루 40만 배럴 증산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며 추가 증산에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이날 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UAE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OPEC 회원국의 증산은 말처럼 쉽지 않으며, 결정을 내리더라도 실제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만 배럴의 석유를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증산할 수 있지만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져 증산 요구에 선뜻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원유 공급을 늘려주기를 기대하지만 이 역시 걸림돌이 적지 않다. 이란 핵 합의가 지연되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앞장서서 석유산업에 제재를 가했던 국가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나는 이것(미국의 러시아 수입 물량)을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등 다른 독재국가의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대외 여건이 여의치 않자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미국 업체들에 원유 생산량을 늘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증산이 실현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20년 코로나19 셧다운(폐쇄) 이후 유가 하락으로 많은 기업이 문을 닫거나 투자를 중단해 온 탓이다. 비키 홀럽 옥시덴탈페트롤리엄 최고경영자(CEO)는 “노동력 부족과 공급망 문제로 당장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본격적인 증산까지 버티기 위한 비축분 또한 넉넉지 않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86만 3000배럴 감소한 4억 1156만 2000배럴에 그쳤다. 감소 폭은 전문가가 예상한 40만 배럴의 네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유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러시아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힌다면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130달러가 될 수 있다고 점쳤다. 마크 피셔 MBF트레이딩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원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없이도 (수요 증가에) 배럴당 120달러에 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짚었다.

유가가 2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예측도 살아 있다. 리스타드에너지는 4월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전면 중단되고 중국과 인도가 지금의 수입량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브렌트유가 여름까지 24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캐럴라인 베인 원자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주요국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유가가 미지의 영역으로 깊숙이 진입할 수 있다”며 “러시아 에너지의 영향이 큰 유럽은 인플레이션과 소비 감소에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원자재 거래 업체 트라피규라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진다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4%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사드 라힘 트라피구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올해 내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글로벌 GDP에 3.5~4%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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