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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어두운 통로 끝 찾은 자신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 사진=쇼박스 제공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배우들은 어두운 통로를 걷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지기 쉽다.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수도 없이 많은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 '진정 내 길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다. 배우 김동휘 역시 자기 비하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다가 비로소 제 몸에 맞는 캐릭터를 입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어두운 통로에서 벗어난 김동휘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김동휘의 스크린 첫 주연작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수학을 포기한 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동휘가 연기한 한지우는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대한민국 1% 자사고에 입학했으나 수학 성적이 나날이 떨어져 일반고로의 전학까지 고려하는 인물. 우연히 이학성과 만나 그에게 수학을 배우면서 학문의 순수한 매력에 매료된다.

김동휘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디션에서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다. 그는 대선배인 배우 최민식 앞에서 자신이 준비한 연기를 초연하게 펼쳤고, 즉흥적으로 제안된 상황에서도 충실히 임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이나 노력보다 오디션 당시 보여줬던 이미지가 잘 맞아 캐스팅된 것 같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제가 다른 분들에 비해 연기를 뛰어나게 하거나 대본을 무조건적으로 잘 소화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본연의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당시 오디션을 매우 많이 봤던 터라 저만의 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염두에 두고 연기했는데 그 연기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쁘죠. 최민식 선배님 앞에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웃음)

"오디션을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어머니가 많이 우셨어요. 어머니가 우시는 걸 보고 저도 울었고요. 아버지에게는 전화로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담담하셔서 제가 더 놀랐습니다. '왜 이렇게 담담하냐'고 물었더니 '사기인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고 하셨죠. 물론 나중에는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고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스틸 / 사진=쇼박스


이렇게 작품에 합류한 김동휘는 한지우의 전사를 상상했다. 한지우가 어떻게 하다가 수학을 포기하게 됐는지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김동휘 역시 학창 시절 수학을 포기한 경험이 있기에 상상은 비교적 수월했다.

"한지우가 처음부터 수학을 못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때는 '한 칼 했던 아이'라고 나오잖아요. 또 한지우가 잘했으니까 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한계를 느꼈을 거예요. 사교육을 받지 않고, 오로지 독학으로 해야 됐고 친구들과 비교도 됐을 거고요. 그때부터 그냥 수학을 포기했다고 생각했죠."

"한지우는 튀지 않고 무던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했을 거예요. 또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친구죠. 최대한 맑은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저더러 '연기할 때 시니컬해지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무표정으로 있으면 상남자 같은 모습도 있다면서요. 그런 건 최대한 빼려고 했습니다."(웃음)

'수포자'였던 김동휘는 한지우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장에서 수학을 필기하고, 풀이 방법을 설명하는 건 어려웠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만약 과거 자신도 이학성 같은 멘토를 만났다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고. 특히 답이 딱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수학을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현장에 수학자분이 계셔서 늘 첨언해 주셨고, 저도 제가 설명해야 되는 수학 이론은 공부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수학이 단순히 이론만으로 공부되는 게 아니었죠. 촬영은 마쳤지만 수학 공부를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대배우인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다는 게 긴장되고 부담됐다는 김동휘. 너무 긴장해서 자신이 얼어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런 김동휘에게 최민식은 선배가 아닌, 인간적으로 대했고 그때부터 현장이 녹았고, 연기가 풀릴 수 있었다.

"제 첫 촬영 때 최민식 선배님이 혼자 직접 차를 몰고 전주로 내려오셨어요. 선배님 촬영분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요. 오셔서 사적인 얘기도 많이 나눴고, 그렇게 편해지게 됐죠. 다들 최민식 선배님이 무섭고 근엄하고 진지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물론 그런 면도 있으시지만 정말 옆집 아저씨처럼 편한 매력도 있는 분이세요."

부담은 곧 성장으로 바뀌었다. 김동휘는 최민식을 통해 영화 예술을 대하는 배우의 태도, 작업에 임하는 각오와 같은 기본적은 소양은 물론 배우들 호흡과 소통의 중요성까지 배웠다. 김동휘의 연기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 상업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모르는 게 정말 많았어요. 현장 콜타임이 아침 7시면 조금 더 일찍 가야 된다든지, 현장에 가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야 된다든지, 연기하기 전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된다든지를 선배님을 통해 배웠죠. 현장에서 7~80명의 스태프가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거기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면 더 잘해야 된다는 각오까지도 생겼어요."

"그런데 최민식 선배님은 촬영 전부터 연기적인 이야기는 거의 안 하셨어요. 가장 주안점을 둔 건 소통이라고 하셨고, 소통이 되려면 먼저 친해져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와 선배님은 물리적인 나이 격차가 있음에도 자연스러운 케미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소통 덕분이었어요."(웃음)

최민식 역시 김동휘를 두고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 친구"라고 칭찬했다. 스스로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김동휘는 자존감이 낮은 편이었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였다. 김동휘는 이런 최민식의 칭찬 덕에 자기 비하에서 벗어나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제 출발점에 선 그는 앞으로 더 노력할 일만 남았다고 최민식을 향한 무한한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이제 자신감을 얻은 김동휘의 연기 열정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춤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춤을 통해 무대에 오르는 즐거움을 느낀 그는 자신이 춤에 대한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가 먼저 연기를 권유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 연기를 배울 때는 별로 재밌는지도 모르겠고, 효과가 나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내가 계속하는 게 맞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고, 관객들이 주는 큰 힘을 느끼고 확실히 매료됐어요. 그때부터 연기를 진심으로 대한 것 같아요. 춤은 포기했지만 연기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오랫동안 배우의 길을 걷기 위해 김동휘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도 연기에 관련지어 생각하고, 작은 행동도 연기로 공부하려고 노력한다. 배우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책을 많이 읽으며 간접 경험을 채우려고 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틈틈이 챙겨 보는 편이다.

"연기로 위로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당장 제 자신을 증명할 순 없을지라도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위로라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앞으로 제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하고, 장르물과 멜로에도 도전할 생각이에요. 배우가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인만큼 선한 영향력도 끼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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