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우크라이나 배우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현지에서 시민들을 탈출시키다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이파샤(Pasha Lee·사진)는 우크라이나의 배우이자 연예인이었다”는 글과 함께 그의 사진을 게재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 때 파샤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르핀 도시에서 시민들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샤의 어머니는 자카르파티아 출신이고 아버지는 크름(크림)반도 출신의 한국인”이라며 “저는 여러분들에게 그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다”고 적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샤는 전쟁이 벌어지자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에 들어갔다. 파샤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 25㎞가량 떨어진 이르핀 마을에서 러시아 포격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샤는 사망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투복을 갖춰 입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파샤는 “지난 48시간 동안 우리는 잠시 앉아 우리가 어떻게 폭격을 당하는지 사진 찍을 기회가 있었다”며 “우리가 웃고 있는 것은 우리가 끝내 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매체와 미국 데드라인·인사이더 등 외신도 우크라이나 변호사이자 저널리스트인 야로슬라프 쿠츠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파샤의 사망을 보도했다. 쿠츠는 “우리는 사진을 찍을 시간조차 없었다. 편히 쉬라”고 적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도 7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태생 소비에트 한국인(고려인) 배우 파샤가 러시아 침략자들과 싸우다 폭탄을 맞고 사망했다. 그는 고작 서른세 살이었다”며 현지 보도 내용을 공유했다.
한편 파샤의 전사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의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함께하길” 등 추모의 글과 함께 평화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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