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가 불안 등으로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각 지자체가 배정한 친환경차 보조금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 기존 현대기아차와 테슬라에 이어 볼보, GM, BMW, 벤츠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신차종을 잇따라 출시한 것이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추가 물량까지 배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역부족인 상황이다.
13일 환경부와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물량 6만 9010대 중 49%인 3만 3855대가 이미 접수가 완료됐다. 개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전기차는 보조금 신청률이 더욱 높아 전체 배정 물량 3만 1951대 중 62.8%인 2만 61대가 신청이 끝났다. 앞서 경기·충남·전북 등 지자체 곳곳서 보조금 신청이 완료됐고 전국 161개 대상 지자체 중 54곳(33.5%)이 상반기 일반 보조금 접수를 마감했다.
부산시는 올 상반기 1001억 원을 투입해 승용차 4885대, 화물차 1008대, 버스 76대 등 전기차 5969대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승용차의 경우 상반기 구매 지원 예산 623억 원 중 절반가량이 이미 소진됐다. 올해 500여대 보급을 목표로 내건 수소차도 벌써 100여대가 출고됐다.
광주시는 올 상반기 배정한 개인용 전기차 배정 물량 1570대 중 630여대의 신청이 완료됐다. 광주시의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물량은 승용 2212대, 화물차 607대 등 총 2819대다. 수소차도 상반기와 하반기 각 150대를 보급할 계획인데 상반기에 108대가 신청을 마쳤다. 울산시도 지난달 1198대의 전기차를 보조금 물량으로 배정했는데 842대가 신청을 마쳐 조기 소진이 예상된다.
특히 울산시의 수소차 보급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 200대를 배정했는데 상반기는 공고 5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울산의 수소차 보급이 활발한 것은 수소충전소 10곳이 구축돼 있어 다른 지역보다 충전 인프가가 잘 갖춰진 덕분이다. 울산은 지난해까지 총 2281대를 수소차를 보급했다.
충남도는 올해 전기차 6443대에 보조금 1089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4503대보다 2900대 이상 증가한 규모다. 충남도는 각 시·군을 통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상반기 물량 상당수의 보조금이 소진됐다. 서울시도 법인·기관 등의 물량을 제외한 일반 대상 물량 3000대 중 1671대가 접수 완료됐다. 택시 대상 전기차 보조금도 배정 물량인 1500대를 훌쩍 넘겨 3141대가 접수됐다.
전기차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되자 추가 배정에 나서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지난달 25일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원 사업 신청을 개시한지 하루 만에 마감되자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전기차 보조금 조기 마감으로 추가 공고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친환경차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추가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지난 2일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에 나선 경기 화성시도 이달 중 예산이 소진될 전망이다. 올해는 지원 대수를 지난해보다 2.5배 늘려 상반기와 하반기 각 900여대씩 총 1900대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화성시는 지난해 전기차 790대를 대상으로 3·8·10월 3차례에 걸쳐 보조금 133억 원을 지원했는데 모두 한 달 만에 소진됐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 들어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전기차 구입에 나서는 개인과 법인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전기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막상 신청해놓고 차량이 나오지 않아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