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에 따른 진행 차질로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은 경기장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14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계속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 3라운드.
함성 유발자는 셰인 라우리(아일랜드)였다. 장소는 골프의 아이콘인 17번 홀(파3)이어서 극적인 효과가 더욱 컸다.
그린이 물로 둘러싸인 이 홀은 올해 대회에서도 적잖은 희생자를 냈다. 하루에만 29개의 볼이 물에 빠졌다.
3라운드는 핀이 그린 앞쪽에 꽂혀 쉽지 않은 세팅이었다. 124야드로 길진 않지만 티샷이 조금만 짧거나 볼에 백 스핀이 너무 많이 걸릴 경우 관중의 함성 대신 탄식을 부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라우리는 피칭 웨지로 티샷을 날렸고, 백 스핀이 걸린 볼은 핀을 2m 정도 지나친 곳에 떨어져 한 번 바운스된 뒤 홀을 향해 뒤로 구르더니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포효한 라우리는 그린에 도달한 뒤 볼을 꺼내 물 건너 관중 속으로 던졌다. 나중에 그는 18번 홀 티잉 구역에서 볼을 잡은 팬에게 사인을 해줬다.
이 대회가 소그래스TPC에서 고정 개최되기 시작한 1982년 이래 17번 홀에서 나온 통산 10번째 홀인원이었다. 직전에는 2019년 대회 1라운드에서 라이언 무어(미국)가 기록한 바 있다. 라우리는 “골프의 상징적인 홀 중 하나인 곳에서 해낸 에이스는 특별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그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좋은 위치에 다시 오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3라운드 경기가 일몰로 순연된 가운데 라우리는 4개 홀을 남겨두고 중간 합계 5언더파를 기록,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PGA 투어 최다 상금이 걸린 이 대회는 비바람과 추위 등의 영향으로 날마다 진행에 차질을 겪었다. 나흘째인 이날 3라운드는 컷 통과자 71명 중 한 명도 18홀을 끝내지 못한 채 일몰로 순연됐다. 3라운드 잔여 경기와 최종 4라운드는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인 15일 한꺼번에 치러진다.
3라운드 11번 홀까지 5타를 줄인 아니르반 라히리(인도)가 중간 합계 9언더파로 선두에 올랐고, 나란히 9번 홀까지 끝낸 해럴드 바너 3세와 톰 호기(이상 미국)가 8언더파로 추격했다.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세계 1위 욘 람(스페인) 역시 3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각각 4언더파와 2언더파를 마크했다. 임성재(24)와 이경훈(31)은 40위 밖에 머물렀다. 세계 2위 콜린 모리카와를 비롯해 브룩스 켑카, 잰더 쇼펄레,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등은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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