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이 시작된 지난 4일 소식을 접한 한 음식점 사장이 매일같이 100인분의 도시락을 만들어 이재민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음식점 사장은 “자원봉사자들이 진짜 고생하셨다”며 공을 돌렸다.
경북 울진에서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백호현씨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도시락을 보냈고 다음날부터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 소화가 잘되도록 새우죽, 닭죽, 전복죽, 소고기죽 등을 만들어 보냈다”고 말했다.
백씨는 식당 메뉴에 없는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점심 장사는 거의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산골 동네에 직접 배달을 가기도 했는데 80대 이상 어르신들이 손을 꼭 잡아주며 “정말 고맙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백씨는 “저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니 짠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장사가 걱정되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집을 잃어버리신 분들이나 농가가 타버린 분들은 앞으로 20~30년을 더 고생하셔야 하는데, 저희는 그렇지는 않으니 크게 걱정은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매장을 하는 사람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선행이 알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불나자마자 오신 자원봉사자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자기 생업 포기하고 오셔서 매일 밥을 1500인분씩 만들고, 설거지하신 분들”이라며 “그분들이 소방관들과 이재민들한테도 음식 제공을 다 해드렸다. 진짜 고생하셨던 건 그분들”이라고 전했다.
백씨의 집도 산불 피해에서 안전하진 않았다. 그는 “뉴스에는 산이 탔다고만 나오는데 영화처럼 저희가 걸어 다니는 길가가 타고 있었다”며 “지나가다가 차를 세우고 같이 불 꺼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저희도 집 앞까지 탔다”며 “저와 동생이 잔불이라도 꺼야겠다 싶어서 불 끄다가 도시락 만들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깊은 산골에 배달해준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퇴근하고 저희 가게 오셔서 음식 갖다 주셨는데, 왔다 갔다 하면 4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그분들이 진짜 고생하셨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 오전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은 13일 오전에 잡혔다.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산불로 울진 1만8463ha, 삼척 2369ha, 강릉 1900ha, 동해 2100ha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서울 면적의 41.2%에 해당하는 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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