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진통소염제·가글제 다 품절입니다. 병원에서 품절 약을 다른 약으로 대체해 처방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씨는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약의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15일 의약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만 명대를 기록하다 40만 명을 돌파하고 재택치료자는 16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감기약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테라플루·콜대원·판콜·판피린·챔프시럽 등 호흡기 질환과 관련된 대부분의 약이 동나 주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약 업계는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린이 감기약 시럽제 콜대원을 생산하는 대원제약(003220)은 지난달부터 2교대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며 생산량을 평년 대비 2배 늘렸다. 추가 설비 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종합감기약 판콜을 생산하는 동화제약도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올려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판피린과 챔프의 동아제약 역시 공장 교대 조정을 통해 생산 인력과 시간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감기약 제조 업체들은 생산 즉시 출하해 공장에 재고를 쌓아둘 여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현재 생산량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보건 당국은 감기약과 해열제 등의 생산·재고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는 등 수급 관리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제약사들에 코로나19 증상 완화를 돕는 의약품 1655개 품목의 생산량·수입량·판매량·재고량 등을 매주 전산으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 각 제약사가 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진해거담제 등 코로나19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의약품을 어느 정도 보유했는지와 얼마나 판매했는지 등을 매주 월요일에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감기약·해열진통제 등의 수요 급증에 미리 대비해 제약사들과 함께 원활한 공급에 협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으로 각 병원에 “호흡기 질환 치료제 처방 시 꼭 필요한 분량만큼만 처방하고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처방할 때는 가급적 시럽제 대신 알약을 처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의약계는 감기약 품절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 씨는 “호흡기 질환 치료제에서 소화제·설사제 등 관련이 크게 없는 약들까지 주문량이 함께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늘어나면 5월은 돼야 수급이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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