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친정권 인사들을 공공기관 요직에 앉히는 ‘낙하산 알 박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상임감사로 임명했고 한국남부발전은 지난달 말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김명수 씨를 상임감사에 앉혔다. ‘한국판 뉴딜펀드’를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은 14일 이사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임하려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을 의식해 막판에 보류했다. 최근 한국IPTV방송협회와 한국원자력안전재단·한국농어촌공사 등의 수장을 줄줄이 친정권 인사가 맡았다.
역대 정부는 임기 말에 고위직 인사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는 막판까지 자기 편을 내리꽂는 인사를 밀어붙이니 “도대체 염치라는 게 있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로 공공기관장의 67%가 새 정부와 1년 이상 ‘불편한 동거’를 유지하는 데다 윤 당선인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극소수에 그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협의해달라”며 현 정부에 무리한 인사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해 차기 정부의 발목 잡기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방만한 공기업을 개혁하고 노사 담합 구조를 깨려면 현 정부의 코드에 맞춰 임명한 인사들을 물갈이하고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들을 기용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물러나게 할 경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사례처럼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 수 있다. 정권 말 인사 논란을 원천 차단하려면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미국처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 리스트인 ‘플럼북’를 만들어 정권 교체와 함께 대폭 물갈이하는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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