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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믿어? 그럼 이혼이야" 日서 퍼지는 음모론에 가족도 붕괴

"백신은 살인무기…딥스테이트 소행" 신봉

설문서 백신 거부자 42% "음모론 믿는다"

지난 2월 일본 도쿄 시부야지역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일본 관동지방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뒤 미열 증상을 느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이 같은 증상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그는 "앓아 누울 정도도 아니었고, 원인도 알아 불안하지 않았다"면서도 "남편이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고 백신 접종으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믿는 이른바 '음모론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접종해 아프다고 하면 이혼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파동이 다소 잠잠해진 일본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음모론이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15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A씨의 남편이 처음부터 코로나19 음모론을 신봉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봄 일본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할 당시 A씨의 남편은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방역에 힘썼다. 두 자녀의 감염도 막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남편의 태도는 달라졌다. 그는 갑자기 "코로나는 거짓말이었다"고 말하며 "조만간 긴급방송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가 "어째서?"라거나 "누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편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외출 한 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역시 다들 코로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음모론도 믿기 시작했다. A씨는 "남편이 백신은 살인무기"라며 "코로나는 딥스테이트의 소행"과 같은 내용의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이 여성은 남편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복했으나 남편이 "당신은 코로나는 믿느냐"며 "믿는다면 이혼서류를 받으러 가겠다"고 말한 뒤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게 됐다고 털어놨다.



도쿄에 사는 5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2월 20년 이상을 함께한 남편과 이혼했다. B씨의 남편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020년 3월에도 혼자 노래방에 가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증가는 정부의 조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에는 "코로나로는 죽지 않는다"나 "아이는 감염돼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를 인쇄하며 지인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B씨의 남편은 개의치 않았고, 결국 B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마이니치는 B씨의 남편이 인터뷰에 응했다고 전했다. B씨의 남편은 마이니치에 "(코로나19 백신은) 세계 지배층의 노림수다. 안에 칩이 들어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코로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을 지난 2020년 여름 무렵에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백신 반대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음모론은 백신 거부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다. 쓰쿠바대학의 하라다 타카유키 교수가 지난해 9월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불임이 된다'거나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 등과 같은 백신 관련 음모론에 대한 설문을 시행한 결과 '백신을 절대 혹은 아마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한 9% 중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42%에 달했다. 반면 백신 2차접종을 마친 이들의 95%는 이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라다 교수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의 수가) 사회를 뒤집을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며 "유언비어를 다룬 책이나 동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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