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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채권은 이미 ‘혹한기’… “국제 거래 복귀 수년 걸릴 수도”

러 국채, 액면가 10% 아래로 하락 '찬밥' 신세

"상습 부도국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가격 수준"

채권 '헐값 매입' 헤지펀드도 "러 국채는 안 사"

16일 이자 막아도 지급일 잇따라 도래 '산 넘어 산'

러시아 시민들이 지난달 25일 현금을 찾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1억 달러가 넘는 달러화 국채 이자를 갚지 못해 100년 만의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러시아 채권이 앞으로 상당 기간 글로벌 채권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국채 가격이 액면가의 10%를 밑돌 정도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러시아가 국제 금융 시스템에 복귀하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돌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는 2026년 만기인 러시아 국채(수익률 4.75%)가 최근 액면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달러당 7.6센트에 거래됐다. 이는 지금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조를 받는 ‘상습 부도 국가’ 아르헨티나, 5년 전 대기근으로 경제가 추락한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가격 수준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부실한 국가나 기업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이른바 ‘벌처펀드’마저 러시아 국채 매입을 꺼리는 실정이다. 러시아가 단기간 내 국제 채권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그만큼 팽배하다는 얘기다. 스위스 자본토벨자산운용의 카를로스 드소자 펀드매니저는 “채권 보유자가 나중에 러시아와 협상해 자금을 회수하려 해도 미국이나 유럽이 이를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당장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6일이 지급일인 달러 표시 국채 2건에 대한 이자 1억 1170만 달러(약 1450억 원)를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루블화 지급은 곧 디폴트로 간주된다”는 성명을 냈다. 루블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초 대비 40% 이상 급전직하하며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30일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다음 달 15일까지 루블화 지급 방침을 고수한다면 최종 디폴트가 불가피해진다. 이는 총 1500억 달러(약 186조 원)에 달하는 러시아 국채·회사채의 연쇄 디폴트로 이어지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는 21일 6560만 달러, 28일 1억 200만 달러 등 이달에만 수억 달러 규모의 이자 지급 만기를 맞는다. 최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국가 부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현재 피치를 비롯해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 단계로 낮춘 상태다.

러시아의 외화채권 디폴트 선언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블라디미르 레닌 정부가 당시 왕정의 국채 상환을 거절한 후 거의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러시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루블화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으나 당시 보리스 옐친 정부는 IMF 원조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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