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일째에 접어들면서 사상자가 늘어나는 등 피해가 확산하자 평화협상을 이끌기 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새벽 공개된 녹화 연설에서 "러시아와 진행 중인 평화회담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협상이 계속되면서 더욱 현실성 있게 들리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밝혀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에 국외 외신들은 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봤다.
AP통신은 미해결된 영토분쟁이 있는 국가는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몇 주 동안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걸 인식했고 중립국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수년간 나토의 문이 열려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우리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사실이고 우리도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의 침공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해 안보동맹으로 국가 안보를 보장받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나토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물량·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정작 핵심 요구사항인 나토 가입에 모호한 태도다.
러시아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자국 안보가 위협받는다면서 강력히 반대했고 이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침공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이를 전쟁을 끝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로 했다면 휴전 앞에 놓인 큰 난제 중 하나가 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협상 실무진도 다소 긍정적인 변화를 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15일 트위터로 "(협상에서 제시되는 내용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호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러시아와의 협상이 더 건설적으로 됐다"고 평가하면서 러시아가 더는 항복을 요구하지 않는 등 입장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협상이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포돌랴크 고문이 언급한 '타협의 여지'는 우크라이나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양보안, 즉 나토 가입 포기 카드 등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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