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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반대" 생방송 뛰어든 직원 "잠 못자고 14시간 심문당해"

국영TV 앵커 등 뒤에서 반전 시위…33만원 벌금형

"우리 모두를 체포못해…우리가 전쟁 멈출 수 있다"

젤렌스키 "감사"…마크롱 "망명 등 보호 노력할 것"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TV 채널1 생방송 현장에 한 언론인이 반전 팻말을 들고 등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뉴스 생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돌발 시위를 벌인 러시아 언론인이 이번 시위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집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44)는 시위 직후 공개한 영상에서 “수년간 크렘린궁의 선전을 위해 일해오면서 침묵을 지켰던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앞서 오브샤니코바는 뉴스가 방송되는 와중에 진행자 뒤에서 러시아어와 영어로 반전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들어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범죄"라며 "우리 힘으로만 이를(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위하러 가자”고 국민들의 행동을 독려하는 한편 "겁먹지 마라. 그들은 우리를 전부 체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인을 좀비로 만드는 것을 묵인했던 게 부끄럽다"면서 "우리는 이런 비인도적 정권을 목도하면서도 잠자코 있었다"고 돌아봤다.

오브샤니코바의 시위 이후 일부 언론인은 해당 방송사를 그만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브샤니코바의 행동을 두고 '훌리건' 같다고 폄하했다.



전날 시위 직후 체포돼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설까지 돌았던 오브샤니코바는 이튿날 저녁에서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14시간 넘게 심문을 받은 뒤 러시아 시위법을 위반한 혐의로 3만루블(약 33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다.

이날 법원 밖으로 나온 오브샤니코바는 "내 인생에서 매우 힘든 날들이었다"며 "거의 이틀간 잠을 못잤다"고 말했다. 심문 과정에서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연락하거나 법적 도움을 받는 게 차단됐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번 벌금형은 생방송 시위 때문이 아니라 후속 영상에서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반전 움직임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변호인 측이 설명했다. 생방송 시위에 대한 혐의도 인정되면 처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변호인 측은 오브샤니코바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통해 (오브샤니코바를) 보호하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제안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브샤니코바와 진실을 전달하는 모든 러시아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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