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핫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세 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주장하나 사실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의 일환이다. 이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도운 러시아 국적자 2명과 러시아 기업 3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북한은 한국의 차기 정부를 겨냥한 무력 시위 차원에서 핵실험 카드도 꺼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북한 도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선인 측에서도 조심스럽게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리가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경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조급증이다. 북핵 문제를 임기 내에 모두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앞서게 되면 일을 오히려 그르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이를 잘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마음만 급한 나머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과속 페달을 밟았지만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은커녕 북한의 핵 능력만 더 고도화됐다. 실효성도 없는 종전 선언에 매달리느라 우리의 안보 환경만 나빠졌다.
이쯤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응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불거진 1차 북핵 위기 이후 30년 동안 진행된 협상이 모두 실패한 것은 핵 폐기 작업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잘 말해준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경수로를 제공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을 통해 대량의 현금을 북한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비핵화에는 결국 실패했다.
더군다나 최근의 국제 정세는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북 압박이 효과를 거두려면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최근 미중 패권 전쟁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해도 중국이 은밀하게 지원을 해주면서 제재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국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버티는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가속화되면서 국제 제재에 구멍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급증만 낸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긴 안목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원칙을 세워 대응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어떤 지원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어설픈 당근책을 제공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생존 능력만 강화해줄 뿐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처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남북이 잘 지내자는 식의 대화에만 매달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핵 대응 능력도 키워 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이미 기정사실화됐고 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실패한 만큼 이젠 북한의 핵 공격을 격퇴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미국에 의한 확장 억제가 충분하지 않다면 미국과의 핵 공유나 자체 핵 무장 카드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일본에서는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해 공동 운영하는 핵 공유에 대한 논의가 이미 활발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 동맹 강화가 절실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세우는 가치 동맹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 우리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로마 시대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가 말했듯이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은 하나뿐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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