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억1170만달러(약 1420억원) 규모 국채 이자를 달러로 지급해 일부 채권자들이 이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일단 모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앞으로도 이자 상환 만기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로이터 통신은 17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JP모건이 러시아 정부가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를 지급하는 목적으로 송금한 돈을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 측에 입금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이를 채권자들한테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권자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 이자가 들어왔다”며 놀라워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만기일보다 하루 늦은 17일 이자 지급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30일 간의 지급 유예기간 내에 이자 지급이 이뤄진 만큼 러시아가 디폴트를 일단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자 지급 만기일이었던 전날 러시아 재무부 측은 “예정대로 1억1170만달러 이자를 지급했다”면서도 “지급 처리가 승인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러시아 제재 목적으로 자국 금융기관과 러시아 중앙은행·재무부 간 거래를 막은 것을 지목하며 책임을 미국 측으로 넘긴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오는 5월까지 러시아 채권 소유자는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고 반박했다.
일부 채권자들이 당초 우려와 달리 러시아로부터 이자를 받았다는 사실은 서방의 제재에도 이자 지급 절차가 일단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CCC-’에서 디폴트 등급보다 2단계 위인 ‘CC’로 낮췄다. 지난 3일 기존 BB+에서 8단계나 강등한 이후 추가로 하향조정한 것이다. S&P는 “서방 제재로 러시아의 송금 체계가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몇 주 간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까지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원리금 만기일이 계속 도래하는 만큼 만기 때마다 러시아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의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