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 1차 투표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선이 확실시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를 보다 강력하고 자립적인 국가로 만들기 위한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위기 속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 리더십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 연장과 완전 고용, 국방과 에너지 자립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재선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 외곽 오베르빌리에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는 오는 4월 10일, 결선투표는 2주 뒤인 4월 24일에 진행된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른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 법정 정년을 현 62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방식의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전환하는 과격한 개혁안으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온건한 개혁 방안이다. 완전 고용 달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당시 10%를 넘겼던 프랑스 실업률은 현재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7.4%다. 그는 “완전 고용은 우리가 지난 5년간 해왔던 것을 앞으로 5년 동안 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거진 에너지 위기를 타개할 에너지 자립안도 내놓았다. 그는 “정부가 에너지 부문의 여러 측면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몇몇 산업 플레이어들의 소유권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탄소 중립을 위한 원자로와 여타 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도 추진한다. 앞서 그는 최소 6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과 8기의 추가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국방비 증액을 약속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여러분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어려운 시기에 자신이 가장 안전한 선택임을 암시하고 스스로를 전시 지도자로 자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기관 BVA오피니언의 아델레이드 줄피카르파시치 디렉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마크롱이 훌륭한 위기 관리자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재선 출마 선언 이후에도 선거운동이나 대선 후보 TV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면도도 하지 않은 채 엘리제궁에서 밤낮으로 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해왔다. AP통신은 “(이 사진이) 선거 전략이라면 다른 후보들의 도전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선거의 선두 주자로서 위치를 강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30%를 득표해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를 12.5%포인트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AFP통신은 르펜을 상대로 한 결선투표에서 그가 57.5%의 득표율로 당선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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