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행,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침공을 반대하는 이들을 '쓰레기', '반역자'라고 맹비난한 뒤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캣의 러시아 수석조사관 크리스토 그로제프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러시아 국가경비대 부사령관인 로만 가브릴로프 장군이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로제프는 "가브릴로프 장군 체포이유는 불분명하다"면서도 "군사 정보를 유출해 인명 손실을 부른 혐의 또는 연료를 낭비한 혐의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이번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이 큰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면서 "전쟁 중에 장수를 갈아치우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나쁜 결정"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가브릴로프 장군이 과거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조직의 사령관을 지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가경비대는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을 해왔으며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 첩보 작전을 담당했던 FSB의 국장과 부국장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간 등 러시아의 두 언론인은 텔레그래프에 FSB 제5국의 책임자인 세르게이 베세다 대령과 부책임자 아나톨리 볼류크가 부패와 정보 실패 혐의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에 기고한 글을 통해 "마침내 푸틴이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보인다"면서 "그 부서는 푸틴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러시아군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가브릴로프 장군을 포함해 고위 군사·정보 지휘관들을 숙청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서방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TV 연설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자국민을 향한 날선 비판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은 진정한 애국자와 쓰레기, 배신자를 구별할 수 있고, 그들을 우연히 입안에 들어온 날파리처럼 뱉어낼 것"이라면서 "이처럼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사회의 자체 정화는 우리나라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서방 군사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의 고립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국방부 제임스 히피 정무차관은 "푸틴의 표현은 '광적'이고 '위험한' 것"이라며 "러시아 최고사령부에 실제 불화가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에 대해 CNN은 많은 전문가가 우크라이나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국내에서 복수심에 불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탄압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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