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워킹 런치’에 참석할 때 검색을 통해 신임 대표의 에피소드를 읽고 오는 것 같다. 에피소드 가운데 ‘은행 지점 애칭 정하기’에 대해 가장 궁금해한다. 지점 애칭 정하기는 ‘몰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 지점명은 행정구역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고 지점 멤버들과 달성해야 할 목표도 정해져 있다. 몰입은 주체성이 최고인 경우에 발휘되고 일의 의미를 갖게 되면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부임지에 가면 어떤 지점을 만들겠다는 각자의 포부를 담아 지점명(애칭)을 공모하면서 시작했었다.
처음 애칭을 갖게 된 지점은 ‘목동하이페리온’이다. 일곱 글자 지점명은 여러 후보작 중 ‘목하페’로 재탄생했다. 요즘 유행하는 글자 수 줄이기다.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목카페’ ‘목화페’가 돼 고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형 지점을 만들겠다는 포부와 가운데 ‘화’를 화목할 화(和)로 의미를 두고 애칭으로 선정됐다. 지점 애칭 정하기를 시작으로 각자 이름과 직급 대신 ‘볼매’ ‘김가이버’ ‘억척소녀’ ‘방사임당’ ‘음유시인’ 등등 애칭도 생겼다.
응암동 지점은 ‘으아도’이다. “으아도라니?” 무슨 뜻인가 설명을 듣고는 박수가 나오고, 거의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으아도는 응암동에서 받침을 모두 빼고 발음을 고려한 것이다. 직원들 평균 연령은 젊은 편인데 내점 고객이 많아 지쳐 있고 에너지가 부족했다. 활기 차고 자신감 넘치는 지점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로 무거워 보이는 받침을 빼겠다는 것이다. 가볍게 가기 위해 빼고 덜어내는 작업들을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애정촌’ ‘나원참’ 같은 지점 애칭 만들기는 계속됐다. 애칭 만들기로 시작한 유쾌한 활동은 몰입으로 이어졌고 당연히 성과도 따라줬다.
몰입을 위해서는 목표도 간단하고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유쾌하다. 처음부터 의욕 넘치는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과 열정으로 끌고 가보기도 했는데 몰입의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달성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살짝 버거운 정도로 목표를 설정하고 한 단계씩 성공해가면 스스로 목표도 정하고 난이도도 높여가게 된다. 직원들의 개인적인 몰입 경험도 중요하다. 그래서 개개인의 목표도 설정하고 서로 응원하며 계단식으로 완성도를 높여간다면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아요’ 하는 후배들이 있다. 몰입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속도’와 ‘피드백’이다. 속도는 방향성과 속력의 합성어이다. 빠르기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내가 잘하고 있는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궁금해하기 전에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등산할 때 내려오는 분들이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에요’ ‘이제 다 왔어요. 힘내요’ 하는 것처럼 확신을 갖고 속도감 있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 몰입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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