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개전 24일째인 19일(이하 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이제는 만나서 ‘의미 있는’ 대화를 할 때”라고 촉구했다. 4차까지 이어진 휴전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담판을 짓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계획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며 공격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에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외교적 해법을 통한 사태 해결이 점점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이제 의미 있고 공정한 평화 회담에 나설 때”라며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러시아 측 손실은 수십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만남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4차까지 이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왔다.
두 나라의 휴전 협상은 앞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 등 15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협정의 초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타결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실제로는 세부안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한 분위기다. 러시아 측은 주요 문제에 대한 입장 차를 줄였다고 발표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구체적인 ‘안전보장’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호전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8주년을 맞아 18일 개최된 대규모 콘서트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비용이 드는지 다 알고 있었다”며 “러시아는 모든 계획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장 안팎에 몰린 약 20만 명의 군중 앞에서 ‘침공 중단은 없다’는 뜻을 재차 밝힌 셈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을 발사해 19일에는 우크라이나 남서부의 미사일·항공기용 탄약 지하 저장고를, 20일에는 남부의 군 연료 저장 시설을 각각 파괴했다. 또 러시아군이 지난 3주간 포위해 포화를 퍼부은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는 시가전이 본격화하는 등 도시가 함락 직전까지 내몰렸다.
관련 주요국들의 외교 협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정상 간 통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러시아에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할 경우 ‘좋지 못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시 주석은 “미국과 서방도 외교적 해법을 통한 사태 해결에 책임이 있다”고 맞받았다. 시 주석은 특히 통화에서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는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서방의 제재 전선이 오히려 러시아를 넘어 중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의 한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원조를 준비 중이라는 증거를 EU가 확보했다”면서 “중국에 무역 장벽을 세워 제재할 것”이라고 미 매체 폴리티코에 전했다. 다만 오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EU와 나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동시에 열리는 만큼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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